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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다문화] 가족과 함께했던 일본의 연말연시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 승인 2026-01-04 13:18

신문게재 2025-02-01 12면

 

나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997년 한국에 와 생활을 시작한 일본인이다. 지금은 귀화를 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일본에서 보냇던 연말연시의 풍경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본의 한 해는 양력을 기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달력 날짜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연말이 다가오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도시 전체에 흐르고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회사는 12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설 연휴에 들어간다.

 

일본에는 12월13일 ‘스스하라이(煤払い)'라는 풍습이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한 해의 나쁜 기운을 털어내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다. 우리 집에서도 이 날을 기점으로 연말 대청소를 시작한곤 했다.

 

매년 반복되던 연말연시의 일정도 정겨운 추억이다. 12월 30일에는 가족이 모여 맷돌과 절굿공으로 떡을 찧어 1년의 복을 비는 ’카가미모찌‘를 만들고 새해에 먹을 ’조니(일본 떡국)‘용 떡을 빚었다. 12월 31일 ’오오미소카‘에는 아침부터 어머니가 ’오세치요리(새해에 먹는 음식)‘을 준비하시는것을 도와드렸고 저녁이 되면 거실에 모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홍백가합전(가요노래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자정이 되기전에는 동내에 있는 절로 가 종을 치며 새해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는 우체국 집배원이 배달해주는 연하엽서를 기다리며 도착하자마자 가족이 함께 엽서를 펼쳐보던 시간은 지금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일본의 연말연시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28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는 완전히 익숙해지지않는다. 매년 연말연시가 다가올때마다 자연스럽게 일본의 그 시절, 그 풍경이 떠오른다. 시간과 국경을 넘어 마음속에 남아있는 나의 연말연시는 지금도 조용히 나를 고향으로 데려가준다.

노은서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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