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일본 대부분의 가정과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일이 있다. 바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대청소(大掃除, 오오소우지)이다. 한국에서도 연말이나 설을 앞두고 집을 정리하는 문화가 있지만, 일본의 대청소에는 특히 ‘정화(浄化)’와 ‘신년 준비’라는 전통적 의미가 강하게 남아 있다.
대청소의 기원은 에도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신사(神社)에서 매년 12월에 행해지던 ‘스스바라이(煤払い)’, 즉 그해 동안 쌓인 먼지와 그을음을 털어내는 의식이 그 시작점이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먼지나 더러움이 ‘케가레(穢れ)’라고 여겨졌는데, 이는 운을 떨어뜨리고 신을 맞이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연말에 집과 마음을 모두 깨끗하게 만들어 새해에 찾아오는 신(年神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전통은 시간이 지나 가정으로도 확산됐다. 특히 12월 13일은 ‘정월 준비를 시작하는 날’인 쇼가츠 코토하지메(正月事始め)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각 가정에서 본격적으로 대청소와 신년 장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현대 일본에서는 날짜를 엄격하게 지키는 경우는 줄었지만, 여전히 12월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집안의 창문, 주방, 욕실, 심지어는 평소에 손대지 않는 좁은 공간까지 꼼꼼히 정리하며 ‘한 해의 리셋’을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대청소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까지 포함한 문화라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12월 말이면 책상 서류를 비우고, 불필요한 파일을 삭제하며, 동료들과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お疲れさまでした)”라고 인사를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학교에서도 학기 말에 학생들이 교실과 복도를 함께 청소하는 모습은 일본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연말 대청소와 비슷하면서도, 일본은 새해에 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는 뚜렷한 의미가 더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해를 깨끗한 공간에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두 나라 모두 비슷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하나의 연말 의식처럼 여기는 경향이 더 강하다.
12월의 대청소는 일본인에게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닌, ‘지난해의 피로와 불운을 떨쳐내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마음의 의식’이다. 그래서 매년 연말, 일본 가정에는 “올해도 잘 마무리하자”라는 조용한 결의가 흐른다. 더럽고 복잡했던 공간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가볍게 정돈되며 새해를 향한 기대가 함께 채워진다.
모토이네리에 명예기자(일본)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