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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학생들의 교복. /출처=shingakunet |
나 역시 일본에서 교복을 처음 입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약간의 무게감과 단정함,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듯한 설렘이 있었다. 우리 아이도 중학교에 입학하며 비슷한 느낌을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교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변화가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전에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뻣뻣한 재킷, 라인을 강조한 와이셔츠, 잘 늘어나지 않는 치마와 바지는 학생들의 몸을 조여 생활하기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봤을 때도 역시 이러한 문제에 공감했던 터라, 학생들도 같은 불편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의 교복은 기능성보다는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 같다. 여유가 적고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는 일본 교복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교복은 재킷과 블라우스 모두 여유 있는 라인을 갖고 있어 활동성과 편의성이 높다. 반면 한국 교복, 특히 여학생 교복은 몸을 날씬하게 보이도록 설계되어 상대적으로 활동 제약이 크게 보인다.
최근 한 여학생이 들려준 말은 인상적이었다. "저는 일본 학생들처럼 교복을 입고 놀고, 교복을 입고 데이트도 하고 싶어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뭐든 교복으로 하고 싶은데, 친구들은 교복이 불편하다며 싫어해요."
생활복의 편안함이 학생들에게 장점으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복과 큰 차이가 없는 복장이 보편화될 경우,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긴장감마저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든다.
일본에는 '복장의 흐트러짐은 마음의 흐트러짐'이라는 표현이 있다. 복장이 태도와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학생복이 가지는 상징성과 규범적 기능을 생각할 때,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점이다. 생활복을 따로 제작할 것이 아니라, 교복 자체를 학생의 활동성·기능성·편의성을 중심으로 재설계하면 어떨까? 학생다움을 유지하면서도 불편함을 최소화한 '현대적 교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즈미야마시가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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