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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중인 박충열(48)씨의 모습. (사진= 대전 동구) |
다가온 연말, 한 사람의 선행은 주변을 훈훈하게 한다. 박충열(48)씨가 그렇다. 쓰레기와 함께 사라질 뻔했던 누군가의 생활 자금이 충열씨의 빠른 판단으로 되돌아가면서, 현장은 잠시나마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순간이 됐다.
지난 9월 29일, 대전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폐기물 정리 작업이 진행됐다. 저장강박증으로 집 안 가득 물건과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공간을 비우는 현장이었다.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는 박충열(48) 씨는 트럭으로 폐기물을 옮기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작업을 마친 뒤 작업 현장에서 가져온 폐기물을 정리하던 중 더미 속에서 현금 다발과 상품권이 발견됐다. 확인 결과 금액은 약 1600만 원에 달했다.
박 씨는 발견 직후 작업을 중단하고 곧바로 구청에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 현금과 상품권은 분실물로 접수돼 공적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 그는 "이 돈이 누군가에게는 전 재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주거 환경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만나는 물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생활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늘 의식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러한 현장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형은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며,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이나 주거 취약계층의 주택 정리 작업을 맡아왔다. 박 씨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현장 업무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혼자서는 청소나 이사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여러 기관이 협력해 진행됐다.
박 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저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발견된 현금은 모두 공적 절차를 거쳐 처리됐으며, 한 작업자의 판단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문제를 미연에 막는 계기가 됐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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