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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상상력

양동길/시인, 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6-01-04 13:14
미천한 신분으로 일본 최고의 자리 관백(關白)에 오른 도요토미 히데요시(?臣秀吉, 1537~1598)는 일본인에겐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아이콘이다.

<조선왕조실록>엔 임진왜란 관련 많은 기사가 있다. 전세, 전황보고와 대응 및 지원, 민심파악, 구원병 요청, 강화추진 등의 논의가 있어 당연한 일이다.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26권, 선조25년 4월 13일 '왜구가 쳐들어와, 동래 부사 송상현 등이 죽다.'란 기사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소개내용이 있다.



"당초에 수길이 매우 빈천하여, 꼴을 베어 팔아 생활하였다. 전(前) 관백이 출행할 때 옷을 벗은 채 수레 앞에 누워 있었다. 부하들이 죽이려고 하자 관백이 제지하고 나서 소원을 물었다. 수길이 가난해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대답하자 관백은 그에게 변소지기를 시켰다. 수길이 어찌나 변소를 깨끗이 청소하는지 냄새가 나거나 티 하나가 없었다. 관백은 매우 기뻐하여 그에게 신을 삼게 하였는데 역시 정밀하게 신을 삼아 바쳤다."

다른 자료에 의하면,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 양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멸시 당하며 자랐다. 견디기 어려워 가출한다. 전전하다가 오다 노부나가를 찾아간 것이다.

짧은 기사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1) 선견지명과 안목에 따른 선택과 용기가 중요하다. 무사가 되겠다는 것도 가상하지만, 수많은 다이묘 중에 오다 노부나가를 찾아간 것은 신의 한 수다. 2) 부지런하고 작은 일이라도 최선과 책임을 다한다. 근면성실이다. 변소 청소가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하고 냄새조차 없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작은 일로 쌓인 신뢰 하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정성껏 신도 삼았지만, 추운 겨울 오다 노부나가가 외출할 때 따뜻한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품에 품고 있다 꺼내주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회자된다. 아부일까? 배려일까? 상대 마음에 들게 하려고 비위 맞추는 것이 아부 이다. 배려는 마음에서 우러나 먼저 도와주고 보살피는 것이다. 경계구분이나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리사욕과 사랑으로 비견되지 않을까? 3) 배려는 개인뿐 아니라 세상을 밝고 따사롭게 한다. 싫어할 상대도 없다. 처세술 또한 실력 못지않은 자산이다.

"하루는 관백이 금 술잔을 깊은 우물 속에 빠뜨렸다. 수길은 큰 물동이 수백 개를 구하여 물을 담았다가 한꺼번에 우물에 쏟아 부으니 우물이 뒤집히면서 금술잔이 수면에 떠오르자 재빨리 집어내어 바쳤다. 이 때문에 그는 총애를 받아 승직의 길이 열렸다."

여기에 등장하는 관백은 오다 노부나가이다. 얼마나 아끼는 황금 술잔이었으랴? 다른 자료에 의하면 우물이 꽤 크고 깊었던 모양이다. 곁에 있는 사람 모두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찌할 바 모르는데, 아이디어 하나로 가뿐이 건져 올린 것이다. 무엇이고 뛰어난 기지로 기대이상 해낸다. 4) 기발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새로운 세계의 관문을 여는 최고의 열쇠이다.



"이때 국내에 큰 도둑이 있어…… 수길이 토벌을 자청하였다…… 많은 군대를 모집해야 하므로 관백에게 붉은 우산을 빌려 줄 것을 청하니, 관백이 허락…… 수길은 대궐문을 나서자마자 붉은 우산을 펴고 행군하니 백성들이 이를 바라보고 관백이 직접 행차한다고 여겨 엄청난 사람이 모였고 곧바로 큰 승리를 거두었다……."

5) 정확한 판단력과 순발력으로 임기응변에 능했다. 여기에 창의력 까지 더해진 일도 있다. 수비에 최적화된 천해의 요새 빗추 다카마쓰 성 전투이다. 일본의 성 대부분은 둘레에 해자를 조성해 놓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다카마쓰 성은 더 어렵게, 늪지대 한가운데 있어서 난공불락의 성으로 유명하다. 히데요시는 기막힌 전략을 구사한다. 성 주변에 높이 8m, 길이 3km로 둑을 쌓았다. 12일 만의 일로 추진력도 대단하다. 쌓아놓고 장맛비를 기다렸다. 성안에 물이 차자 성 안의 사람들은 견딜 수가 없었다. 곧바로 승리로 이어져 일본 전국통일이 눈앞에 다가온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 기민한 행동은 패권경쟁에 주효하지만, 평화상황이나 국가체제 정립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의 놀라운 상상력만큼은 배울 바가 크다. 다시 생각해 보는 선견지명과 안목에 따른 선택과 용기, 근면성실로 다하는 최선과 책임, 배려하는 처세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 정확한 판단력과 순발력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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