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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굿모닝, 요양병원'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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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철 작가 |
지난해 7월 청소년 시집 '세수 안 한 날' 출간 이후 5개월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장편소설·소설집·시집·청소년 시집·산문집을 아우르는 그의 스물다섯 번째 저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축적해온 그의 문학적 궤적은 이 소설에서 한층 밀도 높은 서사로 응축된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어떤 요양병원의 하루에서 시작한다. 93세, 뇌졸중으로 쓰러진 한 여인이 코로나19 정국 속 병상에 누워 있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의 병실은 곧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그의 삶은 한 세기의 한국사를 가로질러 펼쳐진다.
주인공은 1928년생이다. 식민지 시절 군청 서기로 일했던 그는 오키나와 전투와 블라디보스토크 전투의 그늘을 가족사로 끌어안고 해방과 6·25 전쟁을 통과한다. 전쟁 이후에는 마을을 찢어놓은 좌우 이념의 갈등과 학살이 그의 삶을 휩쓴다. 개인의 일상은 언제나 국가의 폭력과 맞닿아 있었고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삶의 질곡 또한 그 역사 속에 겹쳐진다.
소설에는 특히 5·16 군사정변 직후 '부랑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서산 개척단'의 사연이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개척과 교화라는 말 아래 소년들이 동원되고 폭력과 노동 속에 방치됐던 이 사건은 국가 권력이 어떻게 가장 약한 존재들을 소모하는지를 날것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1980년 광주학살 계엄에 이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과 시민들의 대응이 병상에 누운 노년의 시선으로 포착된다. 서로 다른 시대의 계엄은 반복되는 공포로 겹쳐지고,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시점의 무대는 요양병원이다. 여섯 개의 침대가 놓인 병실,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 그들의 태도와 품성에 따라 달라지는 환자의 하루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친절과 무심함, 돌봄과 방치의 경계에서 노인의 존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국면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소외되거나 지켜지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황규관 시인은 이 작품을 "말년에 요양병원에 의탁한 여성 주인공의 눈으로 본 민중 서사"라고 평했다.
개인사와 가족사, 한국 근현대사가 한데 직조되며 화자가 존엄사에 이르는 내적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는 것이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진부한 실버 소설도, 남성 중심의 역사 소설도 아니다. 한 여성의 수다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백 년의 한국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리고 살아남은 시간만큼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병상 위의 낮은 목소리로 풀어낸 이 소설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현재형의 질문을 남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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