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상상력이 주되게 작용함
- 문제적 인물 두 사람 노산군 이홍위와 영월 땅 촌장 엄흥도가 중요함
- 상상력은 단연코 엄흥도 쪽이 우세함
- 장항준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연기자들의 열연이 영화를 돋보이게 함
-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인생 연기라 할 만큼 빼어남
![]() |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
영화적 상상력은 현재의 것입니다. 권력을 힘입어 나은 삶을 누려보고자 하는 것은 고위층이나 산골 민초들이나 매한가지입니다. 고위층들은 역사 속 인물들이고, 그들에 대해서 영화는 비장하고 속도감 있게 다룹니다. 반면 민초들의 욕망과 인정 넘치는 삶은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그려냅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상상력이 주되게 작용합니다.
문제적 인물 두 사람 노산군 이홍위와 영월 땅 촌장 엄흥도가 중요합니다. 상상력은 단연코 엄흥도 쪽이 우세합니다. 그의 욕망과 인간미 사이의 갈등은 영화의 핵을 이룹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김수영의 시 '풀'에서처럼 그는 흔들리지만 마침내 옳음을 선택합니다. 그의 옳음과 인간미가 이홍위를 살리고, 제대로 죽게 합니다. 이홍위는 백성들을 위한 왕으로 살고자 다시 일어섰고, 비열한 권력자의 손에 죽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상상의 서사 안에는 민중을 위한 권력과 올바름을 욕망하는 현재적 감수성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원로 정치학자의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10)가 생각납니다. 중앙과 지방의 권력을 선출하는 제도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 권력이 진정한 민의의 대리자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아끼는 자들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 노산군이 비극적으로 죽어갈 때 온몸으로 아파하는 엄흥도와 산골 민초들의 마음은 단지 영화 속 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천만 가까운 관객이 반응한 연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연기자들의 열연이 영화를 돋보이게 합니다. 모 평론가와의 대담에서 그는 엄흥도가 초반부 노루 잡다가 호랑이 만나는 대목을 웃음에 대한 강박이라 했지만 실은 작은 욕망을 좇다가 권력의 비극을 목도하게 되는 작품 전체의 복선이라 할 만합니다.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실로 인생 연기라 할 만큼 빼어납니다. 한명회 역의 유지태나 이홍위 역의 박지훈을 비롯 전미도, 박지환, 안재홍 등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