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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구제' 전세사기 구제 입법 필요했다

  • 승인 2026-04-16 17:02

신문게재 2026-04-17 19면

4년 전 '빌라왕 사태' 이후 사회적 재난으로 비화한 전세사기에 대한 피해 회복과 주거 안정의 초석이 놓였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다 실질적이다. 정쟁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을 반영한 협력 입법인 점이 또한 이례적이다.

가장 큰 의미는 최소보장제와 '선(先)구제 후(後)정산' 방식의 입법적 구제 통로 구현이다. 국가가 우선 피해액을 지급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주거 및 재정 부담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방식이었다. 경매 차익 등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달하면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도 그렇다. 피해자 간 보증금 회수율 격차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50% 미만으로 충분치 않은 부분은 남은 과제다.

전세사기 전담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기구) 도입으로 풀어갈 문제도 있다. 금융권의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정리의 모델을 원용하면 된다. 위반 건축물은 선매입 후심의 절차로 적극적인 공공 매입이 이뤄져야 한다. 전세사기에는 신탁회사를 통한 분양, 다중담보 설정, 증여 형태의 명의 이전 등이 얽혀 있다. 피해 회복 과정이 그래서 더 어렵다. 선의의 세입자 보호를 우선시하려면 대항력 발생 시점을 앞당기는 대책도 나와야 한다. 전세사기의 뿌리에는 부동산 권리관계의 복잡성이 자리한다. 주거 제도보다는 금융 제도로 전세를 바라볼 부분도 있다.

개정안은 피해 사각지대 최소화에 있어 아직 완벽하지 않다. 범죄수익 환수는 피해 회복의 마지막 퍼즐이다. 부동산, 가상자산, 제3자 명의 계좌까지 샅샅이 추적·동결할 때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 주택시장의 메커니즘 자체에서 처방을 찾으면 전세사기는 보다 쉽게 근절된다. 외국인 전세임차인의 경우, 보상 절차에서 차별적 피해가 없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공인중개사법도 예방 차원에서 입법적 손질이 요구된다. 국회 본회의 최종 의결을 남겨둔 이번 개정안은 그 첫 단계다. 공동 대표발의라는 협치 선례를 남긴 여야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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