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상은 단순히 우리 축구선수들에 대한 인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스포츠까지 확장된 한국문화(K-컬처)의 영향력이 그 배경에 있다. 마침 월드컵 직전엔 방탄소년단 한 멤버가 멕시코를 방문했다고 한다. 멕시코인들에게 한국은 이제 'BTS와 손흥민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지금 우리는 문화와 스포츠가 한 국가의 이미지를 넘어 실질적 외교 자산이 되는 시대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문화강국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6주년이 되는 해다. 6월 지방선거와 북중미월드컵으로 한달 내내 떠들썩하지만, '호국보훈의달 6월'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오늘의 풍요와 안락함, 세계 무대에서 찬사받는 K-컬처의 저변엔 참혹한 전쟁 속에서 목숨을 내걸고 나라를 지킨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전쟁의 아픔을 영화적 서사로 그려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1950년 6월 평화롭던 서울거리,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변한다. 주인공 진태와 진석 형제는 피난길에 강제징집을 당해 참혹한 전선으로 배치되고 가족은 전쟁 피해자가 된다. 이 이야기는 비록 허구지만 그 속에 담긴 아픔은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남편, 오빠였던 수많은 가족에게 실재했던 비극이다. 진태와 진석 형제처럼 청춘을 뒤로한 채 포화 속으로 뛰어든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대한민국은 경제·문화 강국으로 발전했다. 멕시코에서 환호받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모습은 그 성취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76년 전 그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의 희생 위에 오늘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년 마주하는 6월 25일이라는 날짜 앞에서 참전용사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후손인 우리가 누리는 평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생존 참전용사 분들도 줄어들고 있다. 평균 연령이 90세가 넘고, 보훈부의 집계를 토대로 전망하면 2030년엔 생존용사가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세계가 한국 문화와 스포츠에 감동하는 지금, 그 힘의 원천이 어디에서 왔는지 6월을 보내며 한번쯤은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원영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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