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사고 현장 차량의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소유주 확인이 가능한 상태에서 유류물로 볼 수 없기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경찰의 적법 절차 준수 미흡으로 인해 확보된 증거가 법정에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수사 책임이 커진 경찰이 현장 초동 조치 시 영장주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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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일보 DB. |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 항소심에서 검사와 A 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됐다. (사건번호 2025노3280)
항소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사고 현장에 남아 있던 A 씨 차량의 블랙박스 SD카드를 경찰이 영장 없이 확보한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A 씨가 사고 직후 차량을 현장에 두고 떠난 만큼, 차량 내부 블랙박스 SD카드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유류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차량을 두고 현장을 이탈했더라도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SD카드가 버려진 유류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블랙박스 SD카드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확보한 영상 캡처 사진과 관련 수사보고 등 파생 증거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블랙박스 증거가 배제됐다고 해서 A 씨의 도주치상 혐의까지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 항소심 기각으로 1심이 A 씨에게 선고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준법운전강의 수강 40시간은 그대로 유지됐다.
더 큰 문제는 현장 경찰관의 증거 확보 과정에서 위법수집증거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대전중부경찰서에서도 비슷한 적법절차 문제가 불거졌다. 경찰은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 습득물 신고를 받고 소유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안의 텔레그램 대화와 사진 등을 살펴보다 마약 거래 정황을 발견해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실 휴대전화의 소유자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전자정보를 탐색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면 추가 열람을 멈추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해당 사건은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인정돼 무죄 판단이 나왔다.
이번 블랙박스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현장 경찰관이 사고 현장에서 증거 보전 필요성을 느꼈더라도, 압수 대상물이 유류물인지 불분명하고 소유·관리권자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곧바로 영장 없는 압수를 하기 보다는 긴급압수수색 또는 사후영장 청구 등 절차적 보완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증거가 사건의 유무죄를 좌우할 핵심 증거였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1차 수사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절차 위반은 단순한 현장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 경찰 안팎에서도 현장 조사 과정에서 적법절차 교육과 증거 확보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재규 진언 대표변호사는 "차주 동의 또는 법원의 영장 없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현장 초동조치를 맡는 경찰관과 실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부서 사이에서 압수 절차에 대한 판단과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현장 경찰관을 상대로 한 주기적인 교육과 증거 확보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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