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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석 소설가 |
눈을 돌려 세계적으로 성공한 AI영화 사례로 보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2022년 작품이 있다. 시각효과(VFX) 전문가 단 5명이 생성형 AI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저예산으로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상상력을 구현해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전문가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부장'을 보면서 제작비를 혁신적으로 절감하고 복잡한 시퀀스를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적 성취가 앞으로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먼 미래 같지만, 거대 자본이 없어도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개인도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소수의 대형 투자·배급사가 주도하던 시장 구조를 깨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1인 창작자들이 주역이 되는 다원화된 콘텐츠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진정한 '콘텐츠 제작의 민주화'도 실현될 것이다.
나도 생성형 AI툴을 월 몇만 원 결재하고 유튜브 영상이나 상업용 광고 사진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비용 절감도 그렇지만 프롬프트에 상상하는 장면을 글로 입력만 하면 연출하려고 해도 어려운 장면들이 쉽게 생성된다. 이제는 AI가 보조수단이 아니라 동업자 같고 영감을 주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공고문이 날라왔다. AI로 복제하듯이 찍어낸 영상을 과감하게 삭제한다는 내용이었다. AI가 정교해질수록 이른바 '인간 냄새'가 사라진 정형화된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인간 고유의 경험과 미묘한 감정의 결을 생략한 채, 데이터의 조합으로만 완성된 영상은 자칫 시청자에게 깊은 내면의 울림을 주지 못하는 차가운 기술 복제품에 그칠 수 있다. 실사와 AI 영상을 구별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동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혼란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생성형 AI 기술의 차가운 정밀함 위에, 인간의 뜨거운 영혼과 서사를 투영하는 균형은 미래 문화콘텐츠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다. AI는 인간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뜨거운 영감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는 '가장 정교한 붓'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그 붓을 쥔 인간의 서사적 깊이와 철학 또한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AI 기술이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와 세대 간의 이해를 돕는 따뜻한 서사의 도구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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