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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억 기자의 작품 '씨주구리한 날의 증발' 표지. |
민주화를 열망하다 증발하듯 사라진 서울대 법대생 노진수와 향토 대구의 경제만을 위해 헌신하다 정권의 역풍 속에 기업 해체와 권력의 배신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기업가 장수홍.
두 사람의 서글픈 평행이론을 다룬 실화 추적 소설 '씨주구리한 날의 증발'(출판 BOOKM, 최대억 저)이 출간됐다. 저자는 아시아경제 대구경북취재국장을 맡고 있다.
신간의 첫머리는 44년째 행방이 묘연한 대구 대명동 출신의 서울대 법대생 노진수 씨의 실종 사건이 강렬하게 장식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수재 노진수. 그러나 그의 실종을 둘러싸고 서울대 법대 입학 동기이자 대구 고향 친구들의 각각 기억은 '민주 열사'와 권력의 앞잡이인 '프락치'라는 상반된 낙인으로 잔혹하게 찢어졌다.
한 인간의 명예를 난도질하고 끝내 고향에서조차 외면 받게 만든 잔인한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자료와 국정원장 명의의 전신 기록을 토대로 구성했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현대사의 가려진 진실을 전하기 위해 '소설적 플롯'과 '철저한 팩트'를 정교하게 분리했다.
실종 청년 노진수의 서사 위에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적 픽션 플롯(안기부 개입설, 유력 정치인 딸과의 교제설 등)은 문학적 극적 긴장감을 위한 장치인 반면, 청구그룹 장수홍 회장과 관련된 서사는 저자와의 직접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재구성된 '100% 실화'라는 점에서 묵직한 신뢰감을 준다.
억울한 시련의 과정은 역사 속에 분명히 존재했던 사실이다. 고(故) 장수홍 회장은 2024년 타계하기 전까지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자인 최대억 작가와 직접 만나 현대사의 감춰진 이면을 증언했다.
당시 장 회장은 투병 중으로 성치 않은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역사의 진실을 남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향 대구까지 직접 내려와 저자와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회사의 주거래 금고마저 지역 은행(대구은행)만을 고집할 정도로 지독했던 향토 기업가로서의 신념, 그리고 정권의 역풍 속에 기업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했던 권력의 배신과 깊은 고뇌를 육성으로 남겼다.
거대한 압박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의 의리와 모진 시련 속에서 체득한 깊이 있는 인생철학적 메시지는 이번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서사로 녹아들었다.
저자는 장 회장이 전해준 방대한 대화록과 '비밀 육성 녹음' 중 극히 일부의 단서를 이번 소설을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씨주구리한 날의 증발' 출판기념회는 25일 오후 3시 대구 대명교회 강북성전에서 열린다.
출판기념회에는 44년간 피눈물로 동생을 찾아 헤맨 실종자의 친형 노진호 씨와 아버지의 의로운 유지를 받들어 진실의 문을 열어준 청구그룹의 장남 장경진 씨가 참석한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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