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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인공 세포 '스퍼드셀(SpudCell)' 의 탄생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박병주 기자

박병주 기자

  • 승인 2026-07-26 11:41

신문게재 2026-07-27 18면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7월 초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발표한 인공 세포 '스퍼드셀(SpudCell)'의 탄생 소식은 현대 생명과학과 합성생물학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감자(Spud)처럼 둥글고 작은 모양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스푸트니크(Sputnik)'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아 이름 붙여진 이 미세한 인공 구조체는, 기존 생명체의 유전자를 일부 조작하거나 편집하던 과거의 방식을 완전히 넘어섰다. 생명이 없는 화학 물질과 단백질, 세포막 성분을 처음부터 조립해 '자라고, DNA를 복제하며, 분열하는' 세포의 핵심 생애 주기를 실험실 환경에서 구현해 낸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인류의 우주 시대를 열었듯, 스퍼드셀 역시 합성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혹자는 이를 라이트형제의 최초 비행기(1903년)에 비유하고 혹자는 IT산업의 리눅스(1991년)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퍼드셀이 지니는 기술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의 난제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스퍼드셀은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무생물 상태의 정제된 효소 36개와 7개의 독립된 DNA 9만 염기쌍, 그리고 인공 지질막을 결합해 완성했다. 생명의 무대 뒤에 숨겨진 복잡한 메커니즘을 걷어내고,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학적 부품만으로 생명의 전 주기를 돌린 셈이다. 이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공학적 대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합성생물학'의 완성을 향한 거대한 도약이라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험실 환경에서 먹이 공급률이 더 우수한 '변이형' 스퍼드셀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더 많이 남기는 '자연선택'과 유사한 진화 과정까지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가 가져올 미래의 효과는 바이오 헬스케어, 제약, 환경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막대하다. 우선, 자연 세포 시스템의 복잡성 때문에 불가능했던 혁신적인 분자 변환과 단백질 합성이 가능해진다. 스퍼드셀과 같은 모듈화된 인공 세포를 활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특정 질병에만 정확하게 작용하는 맞춤형 표적 항암제 경구 투여용 단백질, 혹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구조의 혁신 신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고효율로 포집하여 유용한 화학 물질로 변환하는 '미세 생태 공장'을 설계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합성 세포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으로 윤리적 논쟁과 규제 체계의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비록 현재의 스퍼드셀이 인간의 지속적인 영양분 공급과 개입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미완의 생명체'이며, 자연적인 다윈식 진화를 이루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어 왔다.



이제 우리는 유전자변형생물체(GMO)를 다루던 기존의 위해성 평가 기준과 규제 가이드라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기존 생명체에 기반한 GMO와 달리,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합성 세포를 환경과 인체에 안전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바이오 안전성 평가 모델과 규제 체제가 필요하다. 또한, 합성생물학 기술이 무기화되거나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인 모니터링 및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스퍼드셀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의 오랜 철학적 질문에 새로운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생물학을 설계와 조립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신호탄이다. 합성생물학이 주도할 글로벌 바이오 경제 시대의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우리도 국가 차원의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생명 윤리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 혁신, 그리고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생물에서 생명의 기능을 빚어내는 이 혁명적인 기술이 인류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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