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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21장-무수동 산신제와 토제마-2부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6-07-28 15:25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과 인간의 세계를 잇는 신성한 매개체이자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대전 무수동의 토제마 역시 이러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공동체 신앙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왔습니다. 300여 년간 이어져 온 무수동 산신제와 토제마짐대놀이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액운을 물리치고 평안을 바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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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 기마인물형명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렇다면 선조들은 왜 수많은 동물 가운데 유독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까요? 우리 문화에서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천마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천마는 죽은 이를 신성한 세계로 인도하며 하늘과 인간을 잇는 존재로 이해되었습니다. 또한 기마인물형토기로 잘 알려진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는 말을 탄 인물을 형상화하고 있지요. 이는 말이 지배자의 권위와 힘을 상징했을 뿐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신성한 권위를 드러내는 존재였음을 보여줍니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말은 신성한 세계와 인간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자로 등장합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최고신 오딘이 타는 말 슬레이프니르(Sleipnir)는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신마(神馬)였습니다. 지혜와 마법의 신이자 전사들의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오딘을 태운 이 말은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와 인간의 세계 미드가르드, 나아가 죽은 자들의 세계까지 자유롭게 오갑니다. 여덟 개의 다리는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여러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하지요.

그리스 신화의 페가수스 또한 신성한 말의 상징입니다. 메두사의 목이 잘릴 때 흘러나온 피에서 태어난 날개 달린 페가수스는 영웅 벨레로폰과 함께 괴물 키마이라를 물리치지요. 그러나 페가수스를 탄 벨레로폰이 오만해져 신의 영역인 올림포스산에 오르려 하자 제우스는 그를 땅으로 떨어뜨립니다. 결국 페가수스만이 신들의 세계에 남아 제우스의 벼락을 나르는 신마가 되었지요.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은 인간과 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무수동 국사봉의 토제마 역시 이러한 인류 보편의 신화적 상징을 품고 있지요. 한 줌의 흙으로 빚은 작은 말 안에는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재앙으로부터 삶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무수동에서 산신제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안동 권씨 문중에 전해지는 『무수동 계첩』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약 300여 년 전 유회당 권이진이 부친 권유의 장례를 치른 뒤 마을 뒷산에 제당을 세우고 해마다 산신제를 올렸다고 전합니다. 몇 차례 중단될 위기도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 왔고, 토제마짐대놀이라는 새로운 모습과 함께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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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무수동 산신제 모습 사진=한소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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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무수동 산신제 모습 사진=한소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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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수동 산신제를 마치고 장승 세우기를 하는 모습 사진=한소민 소장
음력 정월이면 주민들은 운람산에 올라 산신께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립니다. 이어 마을로 내려와 토제마짐대놀이와 거리제를 펼치며 액운을 물리치고 한 해의 복을 맞이하지요. 상당에서 산신제를 올린 뒤 하당으로 내려와 장승을 세우고 거리제를 지내는 과정은 산과 마을, 신과 인간의 질서를 새롭게 확인하는 의례였으며, 달집을 태워 액귀를 몰아내는 일 또한 새로운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공동체의 실천이었습니다. 제를 올리는 장소는 국사봉에서 운람산으로 옮겨지고 의례의 형식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했지만, 그 마음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페가수스가 발굽으로 땅을 칠 때마다 영감의 샘물이 솟아났듯 무수동의 다섯 마리 토제마 역시 곳곳을 누비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안과 희망을 전해주기를 소망해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대전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또 다른 산신제인 유천동 산신제와 선돌형 장승과 함께하는 거리제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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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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