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현숙 침신대 기획처장 |
이 작품은 병약했던 쇼팽이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스페인의 마요르카섬에서 1938년 무렵에 작곡되었다. 1838년 겨울, 결핵을 앓던 쇼팽은 따뜻한 기후에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스페인의 지중해의 섬 마요르카로 떠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때 마요르카섬의 날씨는 따스한 햇살은 간 곳 없고 날마다 쏟아지는 비를 동반한 차가운 바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섬의 주민들은 당시만 해도 치료가 어려운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쇼팽을 멀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쇼팽은 우울한 기후와 고독감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더 위축되고 우울해졌다. 작은 수도원 안에서 고립된 쇼팽은 지붕을 흔들고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에서 더욱 세상과의 단절감과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 두려움은 자신의 생명이 점점 사그라지는 듯한 불안감으로 쇼팽의 내면을 채웠고 이 불안함이 그대로 빗물 소리와 연관 지어 쇼팽의 감정을 자극했다. 어쩌면 이 감정은 본질적으로 긴 장맛비에서 느끼는 우리의 불쾌하고 축축한 감정과도 닮아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실내로 제한하여 다소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하면서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장마철의 답답함은 쇼팽이 느꼈던 고립감과 고독한 심정과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쇼팽의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부정적이고 짜증스러운 일상의 단상을 음악으로 옮기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쇼팽은 자신이 느끼는 외로운 공포감을 이 곡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음, 라♭(A♭)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 잔잔한 빗방울을 암시한다. 이 빗방울의 울림은 중간 부분에서 같은 음이 반복적으로 연주되며 거센 비바람으로 변화하지만 결국에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잦아드는 부드러운 빗방울의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음이지만 격정의 순간을 겪은 후, 거센 비에 씻기고 남은 맑은 울림이 위안처럼 다가온다. 이것은 쇼팽의 영감 가득한 천재적 통찰력이 만든 기적 같은 소리의 마술이며 음악적 연금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감성은 대조를 통한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 음악을 통해 강렬한 감동을 받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점은 긴장과 이완, 밝음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변화가 없는 감정은 감동을 주지 못하지만, 깊은 어둠을 통과한 뒤 맞이하는 빛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남기기 때문이다. 폭풍우처럼 고조되던 단조의 공포가 마침내 다시 처음에 들었던 따뜻한 장조 선율로 돌아올 때, 듣는 이의 마음속에는 정화(Katharsis)가 차오른다. 이것은 불확실성이 음악으로 정돈된 틀 안에서 균형을 찾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맑고 화창한 날씨만을 '좋은 날씨'라 한다. 불편하고 눅눅한 장마철은 피하고 싶고 그냥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쇼팽이 지중해의 작은 섬, 차가운 빗속에서 써 내려간 빗방울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에 가장 산뜻하고 청량한 위로로 채워주는 경험이 올해 장마의 눅눅함을 날려 버릴 수 있기를…. /최현숙 침신대 기획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날씨] 28일 충청권 낮 최고 35도 안팎…폭염 속 온열질환 유의](https://dn.joongdo.co.kr/mnt/images/webdata/content/2026y/07m/28d/78_202607280100188970008157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