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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철 변호사 |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이과장이 전권을 쥐면서 인사파트의 업무는 점점 불투명해졌고, 일은 다시 그 아래 남대리에게 몰렸다. 남대리는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정사원의 비위를 눈감아 주었고, 괴롭힘을 호소한 최사원의 고충은 접수만 해 놓고 방치했다. 내부에서 수군거림이 커지자 남대리는 뒤늦게 이과장과 상의했고, 이과장은 고민 끝에 '일단 덮자'고 했다. 지금 위에 보고하면 일이 더 커지니 적절히 무마해 보자는 계산이었다. 예전 같으면 김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니 방치하거나 눈감아 주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김부장은 이제 아무 역할이 없다. 그사이 조직은 곪아 갔다. 참다못한 최사원이 외부에 고발하고 나서야 비슷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어 정사원의 횡령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실까지 줄줄이 드러났다.
상상 속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난 7월 31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수립 이래 78년간 유지돼 온 검찰의 수사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미덥지 않았던 이들은 환호할지 모른다. 검찰에게도 허물이 있었을 수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권한을 통제하고 일하는 방식을 고치는 개선에서 찾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 국회가 선택한 것은 개선이 아니라 배제에 가깝다. 미운 사람을 치우면서 그가 수행하던 '검증'이라는 기능까지 함께 내다 버린 것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최근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장윤기 사건도, 경찰이 단순 사건으로 처리하려던 것을 검찰의 보완수사가 성폭행 목적의 범행이라는 실체를 밝혀낸 경우였다. 앞으로 이런 사건에서 수사의 빈틈은 누가 메울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또한, 견제받지 않고 확인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이야기 속 이과장과 남대리가 특별히 악한 사람들이어서 사달이 난 것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판단을 들여다보고 바로잡아 줄 눈이 사라지는 순간 누구든 덮고 싶은 것을 덮게 된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고, 경찰이라고 다를 리 만무하다. 개정안에 남은 보완수사 요구권이나 불송치 이의신청, 중대범죄수사청에 전담 부서를 두겠다는 후속 대책이 거론되지만, 요구를 받은 쪽이 스스로 제 수사의 허물을 들춰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요구'에 불과해 응하지 않으면 혼선만 가중될 뿐이다. 법조계와 여성계, 장애인단체와 범죄 피해자들이 한목소리로 신중한 판단을 호소했지만 개정안은 예정된 수순처럼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권한 집중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경찰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셈이다. 개혁의 명분만을 앞세우며 견제 시스템부터 허물어 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보완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실험이자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이야기 속 김부장은 오늘도 사무실에 있지만, 입이 있어도 말한마디 못 하고 묵묵히 서류만 나르고 있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김부장. 지금은 그에게 채워진 족쇄가 개혁의 상징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통제받지 않는 또다른 권력을 만든 대가는 우선적으로 약자들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나오지 않기를 운에나 맡겨야 할까.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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