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승훈 (사)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
그러나 지금 대전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의 성취가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국방, 에너지 등 미래 산업 경쟁 시대에 각 지역은 강점을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대전도 연구 역량을 넘어 연구 성과를 산업과 일자리, 시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분야를 조금씩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대전만의 경쟁 분야를 선택하고 국가 프로젝트로 키우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해야 한다. 인공지능 경쟁력은 알고리즘뿐 아니라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인프라에서 결정된다.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AI 연산 능력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은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이 공동 활용하는 AI 컴퓨팅 허브를 구축해 대한민국 AI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해야 한다.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세계 수준의 AI 기술을 개발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둘째, 대전의 연구 역량을 미래 산업으로 연결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대전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첨단센서 반도체와 AI의 융합이다. 센서는 AI 시대의 '눈'으로 자율주행, 로봇, 우주, 국방 등 미래 산업의 기반 기술이다.
대전은 KAIST, ETRI, ADD 등 세계적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첨단센서 반도체와 AI 기술을 결합한다면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대전만의 역할을 확보하고, 미래 전장과 피지컬 AI를 선도하는 첨단기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셋째, 연구 성과가 창업과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전은 뛰어난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과가 지역 경제와 일자리로 연결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세계적 혁신 도시는 연구 결과가 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통해 성장했다. 대덕특구 역시 연구 중심 공간을 넘어 기술사업화와 창업의 중심지로 변화해야 한다. 연구자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과학기술을 시민이 체감하는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과학도시의 진정한 의미는 연구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얼마나 변화하는가에 있다.
AI 기반 행정, 스마트 교통, 의료 혁신, 재난 대응 등 과학기술은 시민의 일상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연구실의 성과가 시민의 안전과 편리함,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과학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 미래 산업 경쟁은 속도의 경쟁이며, 누가 먼저 결단하고 투자하느냐의 경쟁이다. 대전이 과거의 명성에 안주한다면 과학도시라는 이름은 점차 힘을 잃을 수 있다.
대전에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과학기술 인재, 기술 역량이라는 자산이 있다. 문제는 자산의 부족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전략과 실행력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큰 방향 전환이다. 미래를 선점할 분야를 선택하고 국가 프로젝트로 키우며, 행정과 연구계, 산업계가 함께 움직이는 추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과학도시 대전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구실의 세계 최고 기술을 도시 성장과 시민의 행복으로 연결해야 한다. 담대한 결단과 실행력이 있을 때 대전은 다시 대한민국 미래를 이끄는 혁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은 대전이 새로운 미래 50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남승훈 ((사)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