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수행 거치면 새삶에 대한 의지 느껴
굳이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가 아니더라도 `나`를 찾기 위한 여행지는 많이 있다.
자신의 내면에 주목, `스스로 찍은 한편의 영화와 같은 인생`을 `나이순`으로 세밀히 되돌아보는 등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편집자 주>
▲ 산책로 |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 하는 것이 사실. 사이비 도와 종교가 넘쳐나는 시대, 생소한 이름으로 인해 입소 전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반신반의하는 심정은 당연지사. 하지만 10년간 이곳 본원을 다녀간 인원이 20만명을 넘고, 국내·외 분원도 103개에 이르는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마음을 대청소했다`는 유경험자들의 말도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1주일간 시원한 강의실에 앉아 `강의와 마음공부`를 하는 1과정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과정이 올라갈수록 영농체험이 병행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형(晝耕夜讀)` 프로그램 등 `나`를 찾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2#.마음의 실체=이곳에서 마음은 `살아온 삶의 기억된 생각`, 즉 스스로 찍은 수많은 사진이 연결된 한 편의 영화로 표현됐다. 이는 나이에 따라 단편과 장편으로, 주제에 따라 기쁨과 분노, 사랑, 슬픔 등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와 같은 이 각본에 지배받는 삶을 살고 있다.
실제 사진과 비디오테이프 속 주인공처럼, 각자 마음에 담은 과거의 사진들도 생명이 없는 존재임에도 끌려다니며 헤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마음수련은 이처럼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수만장의 사진 파편을 없애는 법을 배우는 공부라고, 이곳 관계자는 말한다.
3#.눈물=입소 첫날은 1주일간의 일정 소개와 `마음의 실체 및 수련법`에 대한 안내로 시작돼, 다음날부터는 프로그램(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강의와 참회가 이어지며, 자율적인 새벽수련도 가능하다.
다만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중적인 수련을 위해 핸드폰 사용은 제한된다. 안내는 `도움`으로 불리며 먼저 수련을 경험한 분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은 방법만을 안내하며 수련생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 결국 대다수 수련시간의 몫은 본인 스스로에게 맡겨진다.
자세와 수련시간을 강제하진 않으나, 수련 초기 앉아있는 시간을 버텨내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영농이 병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가 왜 땡볕에서 고생해야하나`, `포기하고 편안한 집으로 갈까`라는 마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살아온 세월만큼 무거워 보였던 수련생들의 얼굴에는 서서히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나이만큼 저장된 `영화필름`을 반복 재생해 버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복잡하게 뒤엉킨 삶의 파편들도 하나씩 정리되고 있음을 은연중 깨달아 가기에 가능하다는 게 수련생들의 설명이다. `남에게 해 안 끼치고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으나, 철저히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뼈아픈 성찰을 하게됐다고나 할까? 특히 이는 수련 도중 곳곳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4#.프랑스 청년 기욤, 한국행에 몸싣다=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 기욤(26)을 영농현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언어소통은 짧은 인사와 미소로 대신했지만, 담배를 주고 받으며 짧은 기간 우정을 쌓게 됐다. 이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해맑은 미소를 지닌 청년에게도 아픈 과거는 있었다.
락 음악을 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던 중 한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약물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행에 몸을 싣게된 그는 현재 마음수련 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프랑스로 돌아가 생활 속 수련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5#.변화를 꿈꾸다=성철 스님은 생전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는 한동안 일반인들에게서 자주 회자되곤 했다. 이곳 수련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유추되는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있는 그대로가 진리다`는 말을 자주 건넨다.
감히 가늠컨데, 일상생활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나타내는 말은 아닐까? 우리 모두 평소 `뚜렷한 주관`이란 이름을 갖고, 어쭙잖은 경험과 지식으로 형성된 좁아 빠진 마음으로 상대와 사물을 바라보진 않았는지 반성해 봄직하다.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자기 내면의 폭풍우를 잘 견뎌낸 이들의 모습에서 `새 삶에 대한 기운과 의지` 등 작지만 큰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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