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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봉산초 불량급식 감사 의문점

  • 승인 2016-08-18 18:50

신문게재 2016-08-19 23면

대전시교육청이 봉산초등학교 불량급식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영양교사와 조리원의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것에 근본 원인이 있고, 서부교육지원청 등 교육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 등이 겹쳐 불량급식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양교사와 조리원의 갈등이 전국적으로 망신을 산 불량급식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5일부터 한달여 간 진행됐다는 감사치고는 '허망한 결론'이다. 영양교사와 조리원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진 불량급식의 원인이 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갔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교육청의 감사는 학부모들이 피켓시위에 나서자 마지못해 착수했다. 감사결과대로라면 학교장과 교육당국은 그 난리가 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시교육청의 감사가 불량급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번 감사는 학교급식 조리와 배식 등 관리에 대해서만 이뤄졌다고 한다. 납품업체의 납품가격과 품목의 적정성 등 기본적인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총액계약으로 입찰이 이뤄져 품목별 단가비교는 무의미하고, 납품과정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전시교육청의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엊그제 학교급식 식자재 단가를 부풀려 2억3000여만원을 가로챈 납품업자와 수천만원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학교 영양사들을 구속했다. 납품업자는 총액 대비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납품받는 것을 악용했다. 이 업자는 납품업체로 선정된 후 낙찰가격이 1㎏당 650원인 딸기를 10배가 넘는 1만1000원으로 부풀리는 등 비싸게 납품하는 수법을 썼다. 식자재 검수를 하는 영양사들에게는 돈을 건넸다. 저질 식자재가 학생들의 식탁에 오른 배경이다.

급식 비리는 대부분 납품업체와 관련이 있다. 봉산초 영양사와 조리원 간 '신경전'이 불량급식을 초래했다는 감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납품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불량급식 사태가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질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는 영구히 퇴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불량급식을 먹는 상황에서 대전교육의 미래를 말하는 건 민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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