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뛰어놀며 자연과 친구되기

도심속 생태체험관 '숲 유치원' 인기

배문숙 기자

배문숙 기자

  • 승인 2010-07-25 13:21

신문게재 2010-07-26 12면

맨발로 흙길을 뛰어다니고 곤충과 대화를 나눈다. 넓은 풀밭 위에 눕거나 돌조각 실로폰을 연주하고, 나뭇가지로 글씨를 쓴다. 나무그네도 타고, 엉덩이 썰매로 언덕을 내려온다. 숲 유치원 아이들은 매일 이렇게 논다.

독일에서는 교실이나 별다른 교구 없이 숲에서 하루를 보내는 숲 유치원이 인기다. 1000여 개의 숲 유치원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숲에서 스스로 놀이거리를 찾는다.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생하는 공간임을 배우는 것이다.

숲유치원은 1950년대 중반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전인교육·생태교육의 장으로 입소문을 타고 스위스·독일 등으로 확산됐고 독일의 경우 1000여 개의 숲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숲 유치원을 유아의 정서 발달과 건강 증진을 위해 국민운동으로 전개시킨 것이다.

도시의 발달로 아이들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점차 드물어지면서 숲을 통한 생태교육을 도입했다. 호기심이 왕성한 유치원 시기에 숲에서 놀이거리를 찾아 즐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아이들은 새롭고 신기한 생물로 가득한 숲에서 더욱 능동적으로 활동했고 모험심을 키워나갔다.

지난 2003년 독일 헤프너 박사의 연구결과, 숲 유치원 학생이 일반 유치원 아이들보다 수업 집중도, 창의성, 상상력이 뛰어난 것을 증명했다.

숲유치원 올 21곳까지 확대예정=국내에서도 숲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림청은 지난 2008년 북부지방청에서 '숲속 유치원'이라는 명칭으로 8개소 운영, 올해 21개소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국민의 숲'을 활용, 전국 84개 유치원과 보육기관과 협약을 체결, 2008년 1만 3000명이었던 참가생이 지난해 3만 2000명 참여,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아이들에 숲에서 노는 소규모 방과후 학교 모임도 만들어졌다. 아토피 같은 '도시병'으로 고생하는 아이, 지나치게 예민한 아이들이 숲에서 변화하는 모습과 “아이들이 숲에 다녀온 뒤 열린 태도를 갖게 됐고 학습 능력이 향상됐으며 천식이나 알레르기 증상이 나아졌다”는 부모들의 경험담도 담았다.

숲유치원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건물이 따로 없다. 숲 속의 자연이 교육 공간이자 놀이터가 된다. 나뭇잎·잡초·꽃과 같은 자연의 소재가 놀이도구다. 아이들은 낙엽으로 만든 공으로 놀이를 하고, 쇠뜨기 풀로 블록 쌓기를 한다. 계절에 따라 소재가 바뀔 뿐이다.

숲해설가 박정숙(55)씨는 “처음에는 흙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아이들이 벌레를 봐도 '꽃에 열매를 맺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넉넉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숲에서 4계절의 변화를 체험하고 이를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 8개월간 숲을 관찰하며 “숲이 옷을 바꿔 입었다”거나 “나뭇잎이 부딪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며 보고 느낀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박씨는 “숲은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우고 사고력·창의력을 키워주는 종합교육장”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용정산림공원의 '숲유치원'도 한 달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면적은 11㏊로 산림청 산하 보은국유림관리사무소가 운영하며 3명의 숲해설가가 교육을 맡는다. 숲해설가의 설명과 체험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북부지방산림청은 2008년 8개 시범 숲유치원을 운영, 올해는 21개소로 확대했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청량산 숲유치원 등 북부지방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는 지역 특성에 따라 1~4개의 숲유치원을 개설해 모두 13개의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숲유치원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숲을 둘러보고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숲 해설가 강미옥(47·여)씨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매달 신청할 정도로 예약이 밀려 월별로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원에 교실을 만들어 계절에 관계없이 아이들이 편하게 체험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속 '숲 체험관', 대전청사 숲사랑체험관=정부대전청사 1동 1층은 유달리 유치원생들로 붐빈다. 지난해 10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조성된 숲사랑체험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유치원생들의 단골 체험 학습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도심 내에서 숲 체험을 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백두대간 모형과 곤충채집 체험 영상, 숲 속 소리체험 등이 인기 코너다. 곤충채집 체험은 아이들이 영상 속에서 곤충을 유인해 채에 넣는 게임이다. 영상과 소리 등을 활용해 흥미를 유발시킨다.

산림청은 숲해설가 5명을 상주시켜 청사 내 조성된 도시숲과 연계한 숲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는 32개 유치원 3627명에 달한다. 10월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대전뿐 아니라 인근 공주와 부여 등에서도 방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예약은 전화(481-4264)로만 가능하다.

숲 사랑 체험관에 근무하는 김지원씨는 “단순 관람이 아닌 목공예 체험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예약을 안 하더라도 10명 이상이 방문하면 숲 해설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