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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미투 운동에 대한 시선들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18-03-08 09:45
김희정 작가
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문화 예술계에서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는 성폭력 사건의 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알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로 지목이 되어 독자와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런 사람들이 쓴 작품을 읽고 연극을 보고 웃고 울었다고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배신감까지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독자들이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독자들이나 관객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반면 일부 문화 예술인의 시선들은 아직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가해자로 지목이 된 사람들은 그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의 면모를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약자들이다. 우리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갑을' 관계를 이용해 성적으로 폭력을 가했다면 누가 이해를 하고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욱이 문화 예술인이 그런 일을 한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를 넘어 십 수년 째 저질렀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범죄 행위를 한 것이다.



성폭력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을 보고 순서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들은 아픈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고 있는데 일부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에 먼지가 묻었네, 손가락이 휘었네 하며 본말을 전도시키는 언행을 하고 있지 않나 돌아보아야 한다.

미투의 본질은 가해자가 있어서 피해자가 있고 아직 피해자들은 그 폭력의 잔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데 문제의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는 논쟁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성폭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열에 아홉의 독자들과 관객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황당하고 당혹스럽고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문화 예술계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답이 나왔어야 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관련 단체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이고 자세이다.

나 역시 작년부터 문화 예술계의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움을 넘어 내가 문학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체를 어디에 가서 말할 수 없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이 문제는 문화 예술계가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피해자들의 입만 보고 있는 현실에 울렁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말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자행된 성폭력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남성과 여성의 문제도 아니다. 인권의 문제이다. 피해자가 어렵게 미투 고백을 했다면 그 다음 차례는 가해자가 나서서 그에 대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가 속해 있는 단체가 나서서 피해자들을 위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게 미투(Me Too)에 대한 최소한의 문화 예술인의 예의이다. 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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