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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나의 여섯 번째 시집

김완하(시인·한남대 국문창작과 교수)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04-17 08:09
김완하
김완하(시인·한남대 국문창작과 교수)
나는 최근 등단 30년을 즈음해 여섯 번째 시집 『집 우물』(천년의시작)을 출간했다. 이전의 시집은 주로 7월 말부터 10월 말이나 11월 중순 경에도 냈는데, 이번 시집은 3월 말에 나온 것이다. 이번 시집도 지난여름 원고를 정리해 10월 말경에 내려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뒤로 미루다 올 봄에 출간된 것이다.

그런데 봄에 시집을 내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가령 11월에 시집을 내면 한 달 뒤엔 해가 바뀌고 곧 구간(舊刊)이 되는데, 3월 말에 시집을 내니 올해 12월 까지는 신간(新刊)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평균 5년에 한 권씩 시집을 발간한 셈이다. 내가 시인으로 등단하고 심사위원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시집은 몇 년 만에 내는 게 좋은가'를 물었다. 상당히 고무된 그분은 나에게 '3년'을 제시했다. 그때 나는 시집은 3년마다 한권씩 내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두 번째 시집은 첫 시집으로부터 3년 만에 나왔다. 그동안 대학에 교수로 부임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신설과에 첫째 교수로 취임해 학과를 이끌다 보니 평균적으로는 5년에 한권씩 시집을 낸 것이다. 그래서 시에만 매진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그 5년은 어느 정도 적당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2000년에 신설 학과의 첫 교수로 부임했는데, 그때 우리 대학에서 8명의 교수가 함께 출발했다. 그 가운데 한 교수는 시집을 1년에 서너 권씩은 내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허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원로시인은 1년에 13편 정도의 시를 쓰는 것이 적당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5년이면 65편의 시가 모이겠고 그 양은 시집 한 권 분량이 되는 셈이다.

이번 나의 시집은 '아버지'에 대한 시편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첫 시집은 아버지에 대한 시가 하나도 없어 그때 아버지 연세에 맞추어 72편을 실었다. 그런데 이번 시집의 1부 시들은 주로 아버지에 대한 내용으로 장식하고 있다. 아마 그것은 이제 나도 그만큼 철(?)이 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게도 이제 20대 후반의 아들이 있으니 나 스스로 아버지에 대한 의미를 자주 새겨보곤 한다. 이번 시집에서 아버지에 대한 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새벽어둠을 가르는 / 자전거 급브레이크 / 안마당으로 툭 하고 떨어지던 새벽 신문 / 아버지 주섬주섬 일어나서 / 어둠 속에서 신문을 건져 올리셨다 / 호롱불 앞에 바다처럼 펼치셨다 // 확 풍기는 기름 냄새가 / 코에 와 닿으면 / 어시장 생선처럼 튀어 오르던 활자 / 아버지 펼치신 신문 속 세상은 내게 멀고 / 아릿한 달빛 별빛 꿈결 속으로 / 나의 유년도 함께 달려갔다 // 중학생이 된 어느 날, / 신문이 눈에 들어오고 / 시가 다가왔다 / 내가 먹고 자랄 꿈이 거기 돋아나 있었다 / 신문 한편에 실려 오는 시를 읽으며 / 가슴이 마구 뛰었다 // 이제 아버지 떠나신 빈자리 / 시가 내게 남았다" (「새벽 신문을 펼치며…)

이 시는 나에게 있어 아버지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본 작품이다. 아버지는 내게 가부장적 권위나 엄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내가 성장하여 사회로 나아가는 하나의 통로이자 문으로 작용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세상을 품어 안는 큰 문으로 다가온다. 새벽마다 힘차게 신문을 펼치며 세상을 함께 여셨던 분. 나에게 아버지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역할을 하셨던 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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