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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사회적 합의로서의 대학 입시 제도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04-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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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지난 4월 11일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에 대한 시안이 발표되었다. 2017년 8월 말 발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다섯 가지의 시안을 발표하여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두었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은 혼란을 부추겼다고 이야기하고, 몇몇 사람들은 또 교육부의 무책임함에 열을 올리기도 하지만, 이번 시안 발표는 모든 공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에도 그 공을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우리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청취함으로써 제도를 현실화하는 데 생기는 문제를 예상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책이나 제도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 이번 대입 제도 개선과 같은 경우 8월까지 남은 4개월 여의 시간 동안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소위 '답정너'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입시는 단순해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 찬성·반대, 수시·정시 통합 찬성·반대,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유지·확대, 정시 선발 인원의 유지·확대 등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많은 사람들 중 공감대가 가장 큰 항목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단순한 입시 실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기본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공교육 기관에 있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이 이런 주장을 펼 경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형성하고자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이 기본 전제에 대한 물음과 사회적 공론이 대학 입시 제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과 단순한 입시

대학 입시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 중 많은 사람들이 들고 있는 것은 '4차 산업 혁명 시기에 어울리는 인재' 양성이다.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인재는 '일제고사' 형식의 수능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인재가 아니라, 자신의 주관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사고할 줄 아는 인재라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4차 산업 혁명에 어울리는 인재의 탄생에 정규 교육 과정 이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은 그만두고서라도, 주관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의 단순함은 어딘지 모순이 있어 보인다.

선발 방식이 단순하다는 것은 늘 '획일화'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이 최초의 취지처럼 학생의 과정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 창의적이고 다양한 경험 습득이 포함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그런 인재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면, 다른 선발 방식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도 있어야 주관과 창의성 있는 인재가 생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

사회는 점점 다변화하고 다양한 존재로 구성되는데,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아이들은 단순화된 입시 체계를 갖는 것은 타당한가? 늘 의문이 든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그 과정의 공정함을 살펴보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보완해 나가며 계속 설득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야만 주관과 창의성도 생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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