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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공간③] 대전과학기술대 혜천타워 그리고 '천상의 음악' 카리용

청동빛 돔과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타워
천상의 화음을 자랑하는 장엄한 카리용

박수영 기자

박수영 기자

  • 승인 2021-08-09 09:54
  • 수정 2021-09-13 11:42
컷-대학의공간







청동빛 돔과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타워
천상의 화음을 자랑하는 장엄한 카리용



모든 것엔 역사와 문화가 존재한다. 인류의 역사, 나라의 문화 등 어디에나 있다. 이는 대학에도 존재한다. 대학이 살아온 시간을 보고 대학만의 고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있다. 대학생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대학 건물에도 스토리가 있고, 목적이 있다. 이 공간들은 대학생의 생활공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 의미를 담은 공간들은 향후 대학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귀감을 줄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만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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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음악을 선물해주는 대전과기대의 혜천타워 모습.
젊음이 넘치는 대전과학기술대(이하 대전과기대) 캠퍼스를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서 있는 타워가 눈에 띈다. 입구부터 포스가 남다르다. 우뚝 선 타워를 올려다보면 푸른 하늘빛과 어울려 환상적인 색채의 조화를 연출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대학교 안에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건물은 뭘까. 이 건물이 바로 대전과기대의 상징이자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카리용이 있는 혜천타워였다.

대전과기대의 건학이념인 경천·위국·애인을 상징하는 혜천타워는 지하 1층, 지상 13층, 옥탑 1층의 구조로 높이가 총 78m에 달하며 2층부터 11층까지는 각 변의 길이가 11m인 정방형 탑으로 설계됐다. 외벽은 이탈리아산 석회암 석재로 마감됐고 지붕은 산화녹 청동판으로 덮여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탑 1층은 넓은 기층으로 돼 있으며 탑의 10층 외벽 4개면에는 직경 4m의 원형 전기시계가 1개씩 설치돼 있다. 이런 점에서 혜천타워는 단순한 시계탑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혜천타워에는 반경 3km까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카리용이 설치돼 있다. 카리용 음악은 천상의 음악 또는 탑의 음악 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담고 있는 카리용이 대학 캠퍼스에 왜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은 땅에서 하늘을 지향하는 대전과기대의 건학이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설립자가 어머님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아 만들었으며, 이 타워에는 효, 그리고 도전 정신 등 스토리텔링이 담겼다. 바른 삶을 위해 드린 어머니의 기도가 카리용의 멜로디를 타고 대학의 캠퍼스 나아가 인근 지역에 퍼지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제 타워 속으로 들어가 봤다. 1층에는 전시관으로 탑을 받치고 있는 기층과 지하층은 세미나 공간으로, 12층은 카리용이 설치된 종실로 13층은 방문자들의 휴식 공간 겸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1층에 마련돼 있는 생애관과 교육관을 살펴 봤다. 설립자의 생애, 창학정신, 꿈, 교육신념을 담은 자료가 보기 좋게 배치돼 설립자의 일생은 물론 대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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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전시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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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 인정 마크
타워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도착하면, 이후부터는 좁고 동그란 기둥계단을 올라가야 카리용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카리용이 설치돼 있는 12층 종실 입구는 그리 넓지 않았다. 좁은 계단을 굽이굽이 올라섰을 때 거대한 '뭔가'가 눈에 들어 왔다. 청동으로 된 대종이다. 남다른 포스가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천상의 음악이라 불리는 카리용이었다. 단순히 일반적인 종을 떠올렸던 터라 놀라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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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천타워에 12층에 설치된 카리용 모습.
이 카리용은 무려 50t의 무게로 화음이 반경 2~3㎞까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크기 역시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78개의 청동으로 만든 종이 12층으로 배열돼 웅장함을 더한다. 6.5 옥타브형 카라용으로 직경 2.5m, 무게 10t이나 되는 대종을 비롯해 무게 5톤 이상의 큰 종 3개, 무게 1t 이상의 종 11개가 포함돼 있다. 이 종을 들여오기 위해 네덜란드 왕립 종 제작소 중 한 곳에서 무려 21개월에 걸쳐 만들어져 이후 혜천 타워에 설치하는 데도 2개월여가 소요됐다는 말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대종 하나하나를 살펴봤다. 종 외면에는 바친 이의 소원을 담은 10개의 성구가 한글로 부조되어 있고, 그 다음으로 큰 종 10개의 외면에는 10개의 영어 성구가 부조돼 있었다. 무려 10t의 최저음 대종에는 설립자의 어머니 초상과 헌사가 부조돼 깊은 효심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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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 카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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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용 대종에 새겨진 성구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하나님의 말씀따라 대학의 학문을 배우고 기술을 연마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성실한 자세로 학업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제 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최고의 학문과 기술을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설립자인 혜천 이병익 박사는 격려말을 통해 미약한 시작, 창대한 미래를 학생들에게 소망하고 있다. 어쩌면 혜천타워 그리고 이 곳 카리용이 세계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모두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게 아닐까.  

 

● 혜천타워 카리용은…
대전과기대의 상징탑인 '혜천타워'에 있는 카리용은 지난 2004년 '기네스협회'가 인정한 세계 최대 규모로 미국 미시간대학의 카리용보다 종(bell)수가 1개 더 많은 78개다. 카리용은 오르간 연주대와 유사한 형태의 연주대에서 느슨하게 쥔 주먹과 발로 연주하며 카리용 컴퓨터와 자동연주 장치를 이용하여 미리입력된 곡들을 자동으로 연주할 수도 있다. 자동연주에는 특별히 종밖에 전자석 종추를 단 37개의 종만이 이용된다. 수동 또는 자동으로 연주되어 반경 3km까지 울려 퍼져 학생들에게는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 날 마다 정해진 시각에 잠시 잔잔한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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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듯이 우뚝선 혜천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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