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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갑을?' 대전소방본부 6월 헬기 추락사고 도마위

전국 유일 자체 헬기 없어 민간업체 임차 사용
훈련 중 민간 기장 잘못된 지시로 대원 2명 중상
사고 처리 과정서 업체가 원하는 개선안 수용
정의당 이은주 의원 국정감사 과정서 문제 지적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1-10-06 17:12
  • 수정 2021-10-06 18:28

신문게재 2021-10-07 2면

대전소방항공대 중도일보 사진
대전소방항공대 구조훈련 모습. <중도일보 DB>
지난 6월 대전소방항공대 수중낙하 훈련 중 발생한 추락사고 이후 대전소방본부의 석연찮은 후속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민간업체 항공기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가 제시한 3개 개선안 중 업체가 요구한 방안을 최종 결정하면서다. 당초 검토 과정과는 다른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갑과 을이 뒤바뀐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국정감사에 앞서 소방청으로부터 지난 6월 21일 발생한 대전소방본부(이하 소방본부) 수중낙하 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아 살펴본 결과, 사고 처리 과정서 소방본부와 민간헬기 업체의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고는 민간헬기 기장이 훈련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훈련 계획이었던 3~5m 하강 계획보다 3배가량 높은 10~15m 높이에서 지시를 내리면서 발생했다. 사고로 항공대원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인 29일 민간헬기업체 헬리코리아는 대전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에 '다목적 소방헬기 운항 관련 해결 방안 통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3개 개선안을 제시했다. 1안은 사고를 야기한 A 기장을 부기장으로 교체하고 신규 기장을 발령한다는 내용이었다. 2안은 사고 A 기장을 교체하고 당시 부기장이었던 B 기장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며, 3안은 비행을 중지하고 두 기장 모두 신규 기장으로 교체한다는 방안이었다. 1안은 3개월, 2안과 3안은 각 6개월이 소요됐다.

헬리코리아는 이 같은 개선안을 내놓으면서도 '소방항공대 발족 후 4년간 소방업무를 실시하면서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음을 감안해 3개 안 중 1안을 선택해 헬기를 운항하며 개선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한다'고 선택을 요구했다.

특수구조단은 사고 당시 기장과 부기장을 모두 교체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신뢰회복이 필요하다며 3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냈지만 최종 선택은 1안이었다. 헬리코리아 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1안을 주장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소방본부는 관계자는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당시 기장과 부기장을 모두 교체하는 것으로 검토한 것은 맞지만 6개월 동안 헬기 운항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 안전에 맞지 않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직접 책임이 있는 주기장은 교체하고 부기장은 수사의뢰 통해 결과를 지켜보고 조치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1.5안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또 다른 소방본부 관계자는 중도일보 취재 당시 헬기 정비 등으로 운항을 못 할 땐 인접한 지자체와의 응원협정을 통해 인명구조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기간이 헬기 정비 기간보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인근 지자체와 협의를 거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은주 의원은 "대전지역 소방관계자들에 따르면 헬리코리아가 대전에서는 사실상 독점 지위를 누리는 회사기 때문에 소방본부로서는 불만이 있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사실이라는 설명"이라며 소방본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자체 헬기 도입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민간업체와 소방본부가 호흡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던 만큼 자체 소방헬기와 인력이 있었다면 이번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대전소방본부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 박일권 위원장은 사고 직후 자체 소방헬기 도입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은주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자체 소방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해당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업체의 귀책사유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본부는 오는 2026년까지 헬기 구입과 전용 헬기장 조성을 목표로 부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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