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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만난 70대 A 씨는 무더위 속에서도 폐지를 줍기 위해 더운 숨을 내뱉으며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사진=김지윤 기자) |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거리에서 만난 70대 노인 A 씨는 한숨을 깊이 내뱉으며 이같이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A 씨는 거리에 나와야 했다. 그는 땀에 전 손바닥으로 힘겹게 수레를 끌며 거리에 버려져 있는 폐지를 줍기 위해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장시간 햇볕에 노출된 탓에 A 씨의 코와 볼이 뻘겋게 달아올라 살갗이 벗겨져 있었고, 더위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은 땀으로 범벅돼 있었다. 힘든 숨을 가파르게 내뱉는 와중에도 A 씨는 한 장의 박스라도 더 챙기기 위해 흔들리는 몸을 이끌며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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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부터 폐지를 주운 A 씨는 약 25kg 정도의 폐지를 팔아 2250원의 돈을 건네받았다. (사진=김지윤 기자) |
고물상 주인으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쥔 A 씨는 힘겨운 듯 자리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5000 원이라도 받아서 시장통에서 국수 한 그릇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라며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이 돈으론 사 먹을 순 있는 건 빵이랑 우유 뿐"이라며 하소연했다.
그칠 줄 모르는 무더위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폐지 수거 노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 상승세와 달리 폐지 가격은 제자리 걸음이다.
17일 대전 지역에 있는 9곳의 고물상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현재 폐지 1㎏ 당 가격은 80~90원 정도. 만 원을 벌기 위해선 대략 120㎏ 정도의 폐지를 모아야 가능한 수준이다.
서구 탄방동의 한 고물상 주인은 "하루 평균 50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방문하지만 만 원을 받는 분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 정도다. 오늘도 많이 받아 간 어르신은 7천 원 정도였다"라며 "120㎏의 폐지를 줍기 위해선 6번 정도 폐지를 가져와야 하지만 방문객 대부분이 노쇠한 노인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계절벽에 내몰려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현재 대전 지역에서 폐지 수거 노인들의 실태 조사가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
유성구의 한 복지사는 "타 지역의 경우 재활용품 수집 노인과 폐기물 처리 업체 등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펼치고 있지만, 대전은 아직 그런 활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정확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이를 바탕으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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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탄방동의 한 고물상. 한 노인이 가져온 고물상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무게를 재고 있었다. (사진=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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