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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인터뷰] 남명렬 배우 "고향서 펼치는 지역 영화제, 대전 대표축제로 우뚝 서길"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
대전 보운초·동명중·보문고·충남대 졸업

한세화 기자

한세화 기자

  • 승인 2022-09-15 15:29

신문게재 2022-09-16 9면

남명렬-1
남명렬 배우
배우 남명렬(63)을 대전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젠틀한 중년 역할이 찰떡인 그가 '대전 출신'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예상했던 이미지와 달리 백팩을 메고 나타난 모습에 한번, 큰 키와 호리호리한 외모에서 풍기는 고품격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런 그가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에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중도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고향인 대전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무척 반가웠고, 감사하게도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있었다"며 "대전 문화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에 흔쾌히 참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는 환경과 공존, 여행을 주제로 올해 2회째를 맞는 지역 영화축제로 비경쟁부문으로 장편영화 4편과 경쟁을 거쳐 선정된 단편영화 20편, 시민영화 1편 총 25편의 영화를 대전 금강로하스대청공원 중앙잔디광장과 대청문화전시관에서 선보인다. 지난 7월 진행한 출품작 공모에 총 289편이 접수, 지난해 100여 편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작품 수를 기록하며 지역 영화행사에 관한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



13일 대덕구청 청년벙커의사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남명렬 배우는 "예전 대전에 살 때부터 대덕구가 문화예술의 낙후지역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도시의 규모에 비해 고유문화가 없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니 대전만의 토착문화가 미비하다는 생각으로 결론 내려졌다"며 "역사는 짧지만 서울을 제외한 전국 유일 자치구 주관의 지역 영화제라는 점에서 대전의 문화예술을 견인할 주요 콘텐츠로 확장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난 배우 남명렬은 대전 보운초와 동명중, 보문고에 이어 1984년 충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대전사람'이다. 2015년에는 세종대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영화 '지상만가'에서 감독 역을 시작으로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1988)', '쉬리(1999)', '인형사(2004)', '모노폴리(2006), '도가니(2011)', '제보자(2014)', 장수상회(2015)', '더 킹(2017)', '탐정: 리턴즈(2018)', '블랙머니(2019)', '발신제한(2021)'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에서는 청와대 안보실장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연극,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펼치는 그는 지난달 30일 막을 올린 연극 '두 교황'에서 주인공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티칸의 역사를 뒤흔든 두 교황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으로 2013년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현직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연극은 10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남 배우는 "베네딕토는 학구적 전통주의자이고, 프란치스코는 행동적 진보주의자다. 두 교황의 퇴임과 즉위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극작가의 상상으로 성향이 다른 두 인물의 논쟁과 서로의 이해를 그린 작품"이라며 "서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대전에서 펼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그의 합류가 이번 영화제가 처음은 아니다. 대전에서 벌어진 3.8 민주의거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대전, 1960'에서 교장 선생님 역을 맡아 끓어오르는 민주화 열망으로 거리 시위에 나선 대전고 학생들에게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는 참 스승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는 "대전을 활동무대로 영화를 제작하는 배기원 감독으로부터 배역 제안을 받고 참 기뻤고, 대전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시나리오에 매료돼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며 "자본, 인프라, 관심 등 지역에서 영화 만드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조금이나마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행복했고, 어느 장르에서든 역할이 맡겨진다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를 둘러싸고 '지속가능성'과 '지역작가 등용문' 등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와 대덕문화관광재단의 거취문제가 맞물리면서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영화제의 추이가 분수령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명렬 배우는 "이번 영화제가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수준 높은 작품의 출품과 선정,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발굴, 자연과 생태 보전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앞으로 10회, 20회로 이어지고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특화된 영화제'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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