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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같지 않음)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3-02-05 09:08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입춘이 지났지만 봄이 봄 같지 않다. 요즘 어딜 가나 '난방비 폭탄'이 화제다. 지난해보다 더 때지 않았는데 난방비가 10만 원 넘게 늘었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달 받아본 고지서에 찍힌 숫자를 난생처음 봤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필자도 요즘 난방비 고지서가 안녕하시냐는 자조 섞인 안부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

난방비 대란에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2021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는데 전임 정부가 뭉개는 바람에 현 정부가 난방비 인상 부담을 떠안았다고 하고, 야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대란이 예고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현 정부 탓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오르락내리락하는 에너지 가격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MMBtu(열랑 단위)당 2달러에 불과했던 천연가스 가격이 불과 2년 만에 70달러로 급등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가장 주된 원인이다.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당장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에 의존했던 유럽 국가들이 위기에 몰렸고 이들 국가는 천연가스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로 에너지 대란이 번졌다. 국내 사용 에너지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는 건 당연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도시가스 요금 상향 경감 등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유아·장애인·임산부·중증질환자·한부모가족·소년소녀가정 등 117만 6000 가구에 지원하는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 지급액을 기존금액보다 2배가량 인상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비 할인 폭을 2배 늘리기로 했다.

정부 대책과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들도 난방비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는 난방비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기초생활 수급자 2만2700가구와 사회복지시설 276곳, 경로당 843곳에 재해구호기금에서 73억의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며 그로 인한 영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미친다.

갑작스러운 난방비 폭등에 따른 충격과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지원은 똑같이 난방비 충격을 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난방비 대란 피해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과 보육시설, 공중목욕업소, 자영업자 등 계층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겪는 상황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한파를 자연재난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니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번 난방비 대란은 한파라는 자연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다.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보다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민 모두가 겪고 있는 한파로 인한 난방비 폭등 피해를 선택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에너지 재난지원을 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중산층을 대상으로 도시가스비 지원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경기도 파주시는 모든 가구에 난방비 지원금을 20만 원씩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재정을 통해 위기를 돌보는 일은 국가가 응당해야 할 역할이다. 지방정부도 위기극복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대전시도 시 재정이 허락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향적인 난방비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월은 더 추웠다. 그래서 2월의 고지서는 더 두렵다는 한 시민의 말씀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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