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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인플레이션 고착화와 볼커 쇼크에 대한 회상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최경윤 팀장

박병주 기자

박병주 기자

  • 승인 2023-09-10 12:26

신문게재 2023-09-11 18면

최경윤 소장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최경윤 팀장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경제 재건과 기술 혁신, 국내 소비의 증가, 무역 확장 등으로 1970년대 초까지 20여 년간 초장기 경제 호황을 경험했다. 높은 생산성으로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며 1950년 235포인트대에 머물던 다우존스 지수가 1972년 11월 최초로 1000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 말부터 린든 존슨(1963-1969) 대통령의 대규모 사회 복지지출 확대와 1965년 이후 대규모 베트남 전쟁 군사 지출, 리처드 닉슨(1969-1974) 대통령의 경제위기 재정 지출 확대와 1973년과 1979년의 두 차례 석유파동이 겹치며 미국의 인플레가 급격히 상승한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아서 번즈(1970년 2월~1978년 1월)였다. 그는 우선 기준금리를 13% 수준까지 급격히 인상하며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제어하려 했다. 빠른 금리 인상은 효과를 보이며, 큰 폭으로 올랐던 소비자물가지수가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기간 미국 물가 상승률은 10%대로 올라섰는데 그의 금리 정책으로 1974~1975년 내내 물가가 빠른 안정세를 보였다. 1974년 616포인트 수준까지 급락했던 다우존스 산업지수 역시 1976년 1000포인트를 넘어서며 다시금 전고점을 회복하는 강세를 나타냈다.



그런데 번즈 연준 의장은 결정적 실책을 저지른다. 경제 악화와 정치권 압박에 굴복해 기준금리를 13% 수준에서 5%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물가가 잡혔으니 금리를 내려 경기도 다시 살리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1960년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플레가 고착화 된 점이었다. 결국, 빠른 기준금리 인하가 독이 되며, 미국 인플레율은 다시 10%대로 치솟고 만다. 그리고 1979년에 이란의 호메이니 혁명으로 인한 2차 석유파동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80년 초 15%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게 된다.

이때 미국 연준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폴 볼커였다. 볼커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장으로 재임하며, 인플레이션의 시대 '볼커 쇼크(Volcker Shock)'라 불릴 정도의 과감한 금리 정책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고 경제를 안정시켰다.

볼커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연 20%를 넘길 정도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높은 금리로 돈의 가치를 상승시켜 소비를 억제하며, 물가 상승을 제어했다. 일례로 그는 1979년 10월 6일 토요일에도 기준금리를 15.5%로 4%포인트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러한 조치는 '토요일 밤의 학살'로 불릴 정도로 급격한 조치였다.

볼커는 잠시 17%대의 정책금리를 9%로 하향 조정하며 '볼커의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다시 20%까지 인상하며 전임 연준 의장인 번즈의 '실패'를 반복하진 않았다. 볼커는 1979년부터 1982년까지 금리를 상승시키는 정책을 3년 정도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1980년 초 15%에 육박하던 인플레를 1981년 9%, 1982년 4%, 1983년에는 2.36%까지 떨어뜨렸다.

2023년 폴 볼커 이후 40년 만에 미국의 인플레 고착화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 내 매파나 비둘기 모두 교훈으로 삼는 것이 1970년대의 아서 번즈 연준 의장의 스탑&고 금리 정책이다. 금리 인상을 하다가 성급히 인하하면 인플레 억제는커녕 10년짜리 인플레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 고착화에 미국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지 올해 9월과 11월 두 번 남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내년 이후 금리 정책을 관심 있게 지켜보자.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최경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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