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는 2024년도 R&D 예산 삭감안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도일보 DB |
2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정필모 의원에 따르면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이 이대로 확정될 땐 박사후연구원(포닥)과 학생연구원 등 연구인력 1200명 가량이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주요사업비 현황과 현재 출연연 연수직 연구자 인력 현황을 따진 결과다.
현재 25개 출연연에는 포닥 1087명, 학생연구원 3089명, 인턴 715명 등 총 4891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대덕특구에 입주한 16개 출연연에만 포닥 506명, 학생연구원 1194명, 인턴 426명 등 총 2126명이 연구현장에 있다. 이들은 모두 출연연 '연수직 연구원'으로 분류되며 출연연 주요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정부가 2024년도 R&D 예산 중 출연연 주요사업비를 대폭 줄이게 되면 그 칼날은 곧장 이들에게 돌아간다. 기존 출연연 연구자의 연구 과제비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연수직 연구원을 두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앞서 과학기술계 역시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대상이 미래 연구세대일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예산안에는 2024년도 출연연 주요사업비가 올해보다 평균 25.2% 삭감됐다. 기관별로 구체적인 사업과 연구인력 운용계획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삭감 폭을 고려한다면 최소 1200여명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현재 인력의 25% 수준이다.
출연연별 피해는 주요사업비가 가장 많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4891명 중 1542명이 KIST서 일하고 있다. 대덕특구 내 16개 출연연 중에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연은 677명, 에너지연은 435명,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179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166명이 현재 각각 연구현장에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계는 무차별한 연구예산 삭감이 미래 세대에 피해를 야기한다며 예산 삭감 방침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땐 신규 연구원 충원까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고 이후엔 이공계 기피 현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은 8월 28일 성명을 통해 "석박사 후 연수생과 산학연 학생들의 근로계약 해지, 근무 시간 축소 등이 예견되는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 미래를 책임질 신규 연구원들에게 그 피해가 집중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국가 연구개발역량이 크게 훼손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박사후연구원(포닥), 학생연구원 등은 출연연 R&D 인력의 한 축이고 연구자 개인에게도 경험을 쌓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면서 "R&D 예산 삭감이 인건비 축소로 이어져 출연연 연수직들이 계약 조기 종료나 채용 축소 등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력 감원은 연구현장에 R&D 과제 부실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시켜 R&D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데 빨간불이 켜지게 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