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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존 카터:바숨전쟁의 서막] 내가 바로 스페이스 오페라의 고전이다

탄생 100주년 맞은 원조SF, 첨단 3D로 재탄생 감독: 앤드류 스탠튼·출연:테일러 키치, 린 콜린스, 윌리엄 데포

안순택 기자

안순택 기자

  • 승인 2012-03-08 14:24

신문게재 2012-03-09 11면

줄거리: 남북전쟁의 영웅 존 카터는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는 금광을 찾아다닌다. 애리조나의 동굴에서 금맥을 발견한 그는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와 싸움을 벌이고 정신을 잃는다. 그는 바숨이라고 불리는 낯선 화성에서 눈을 뜬다.

“'아바타' '스타워즈'를 탄생시킨 불멸의 원작.”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이하 '존 카터')에 붙여진 홍보 문구가 거창하다. 정말일까.

'존 카터' 시리즈는 '타잔'의 원작자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쓴 SF 소설. '바숨 전쟁의 서막'은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를 스크린에 옮겼다. '바숨'은 바숨어이며 지구어로는 화성이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이 시리즈엔 외계인, 외계언어, 영웅에 액션, 어드벤처, 로맨스, 미스터리 등 할리우드가 추구해온 모든 게 담겨있다. 그러니 조지 루카스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너무 늦게 왔다는 점이다. '스타워즈'도 6편이나 보았고, '아바타'도 이미 지나갔다. 슈퍼히어로도 지겨울 만큼 숱하게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다한들 100년 전 영웅이 관객들의 눈에 찰까?

기대되는 게 없진 않다. 감독이 앤드류 스탠튼이다. '니모를 찾아서' '월-E'로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그라면 단순한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존 카터'는 남북전쟁의 영웅 존 카터가 바숨, 즉 화성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지구와 화성의 중력 차이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화성엔 팔이 네 개 달린 '타르크'족, 인간과 흡사한 '헬리움'족, '조단가'족이 대립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험, 한번도 본적 없는 신기한 세상, 외계종족들, 로맨스 등 압도적인 스케일로 스페이스판타지ㆍ오페라에 기대되는 것들을 모두 펼쳐놓는다. 원작이 묘사한 행성의 모습을 규모와 상상력으로 황홀하게 축조해 놓았다. 깊고 넓은 공간감의 3D 입체효과도 좋다.

돈 들인 티가 역력하지만 거기까지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을 사로잡을 뭔가 신선하고 특별한 게 없다. 이야기는 밋밋하고 크고 작은 전투가 반복될 뿐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스펙터클도 없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스탠튼은 덧붙여 철학과 감정까지 담았다. 월트디즈니가 연출을 맡긴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웅담 이상의 것을 담아내지 못했다. 애니 감독의 한계였을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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