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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대전 사회복지계가 상생하는 길

박미은(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미은(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7-05-10 14:43

신문게재 2017-05-11 22면

▲ 박미은(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박미은(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신체를 보면 모든 것이 신기하다. 눈과 입, 코, 귀, 그리고 다리와 팔 등 어느 것 하나 우연한 것이 없고 모두 소중하다. 가히 창조주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왜 눈이 두 개이고, 귀가 두 개인가? 다리와 팔은 또 왜 두 개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자 했던 신의 한 수가 바로 균형감이 아닐까한다.

균형감은 비단 유기체적 존재인 나 자신을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크고 작은 조직과 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균형감이야말로 다양성과 차이를 포용하고 함께 상생하기 위한 삶의 원동력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상대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상호존중도 상생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두 눈이 있을 때 시야가 더 넓어지고, 두 귀가 있을 때 소리가 더 풍부해지듯 서로를 존중하면 신뢰의 공유영역이 커져서 더 좋은 결과가 뒤따르게 된다.

이런 면에서 대전 사회복지계는 과연 균형감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가,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전의 복지환경은 인구규모나 행정적,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복지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좋은 사업을 계획한다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복지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정부에서 추진해온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이나 사례관리 민관협력, 그리고 최근 시행되고 있는 동복지 허브화 사업 등에서 대전시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지인의 눈으로 볼 때 대전의 복지를 이끄는 동력은 크게 세 가지이다.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는 대전사회복지사협회,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대전사회복지협의회, 그리고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정책과 시책을 대전의 여건에 맞게 연구하고 활성화하는 대전복지효재단이 있다. 이 외에도 대전사회복지관협회나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의미있는 참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전이 보유하고 있는 복지환경의 장점이 균형감과 상호존중이라는 상생의 원리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지를 이끌고 있는 주체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지만, 잘 안다는 장점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업무상 지나치게 경쟁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대전사회복지사협회, 대전사회복지협의회, 대전복지효재단이 시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진지하게 협력한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혹 특정 업무에 대해 주도권을 쥐려고 지나치게 통제하지는 않았는지? 업무상 경계를 간과하고 상대기관의 정체성을 속단하거나 저평가하지는 않았는지를 냉정하게 자문해보아야 한다.

상생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최선의 방책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존재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대전의 사회복지조직과 단체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가? 미래의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이웃, 소외된 계층, 지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고 배운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조직과 단체도 이러한 소명에서 예외일 수 없다. 대전 사회복지를 이끄는 주체들이 기관 이기주의나 지나친 경쟁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복지의 소명을 구현하는 주체로서 상호견제와 협력을 통한 균형감이 유지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존중이 자리를 잡을 때 보다 나은 상생의 길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박미은(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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