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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휴 (休)

최봉완(한남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17-10-30 17:57


최봉완 교수
쉼의 한자 의미인 휴(休)는 나무(목(木))에 사람 (인(人))이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서 나무가 무성한 숲에 인간들이 기대어 그 포근한 향취를 느끼며 쉼을 갖는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쉼을 얻기 위해서 추석연휴 동안 하늘과 땅도 아껴 숨겨놓았던 지리산의 울창한 나무와 숲에 기대어 포근한 향취와 자연이 낳은 가을의 열매 속에서 쉼의 시간을 갖는 경험을 하였다.

한자의 휴(休)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우리 인간이 나무에 기대는 것이 쉼을 갖는 것으로 보여주지만, 동시에 나무와 숲도 인간으로부터 쉼을 얻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지리산 나무에 기대어 쉼을 갖는 시간 내내 필자의 마음에 드는 고마움과 감탄이 나무에 대한 칭찬과 탄성으로 이어지고 마치 나무들도 필자의 표현에 반응하는 듯한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나무와 숲이 인간에게 주는 쉼의 고귀함에 대하여 우리 인간도 나무와 숲에게 감사와 탄성을 보내고 있기에 인간의 사랑과, 감사를 느끼며 나무들은 더욱 잘 자라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리산 청학동 인근 산골공동체에 거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어 사시는 분들, 잔잔하고 푸근한 사랑으로 지리산의 초대를 받으셨으리라 믿어지는 '오 교수님', 사려 깊으신 배려로 종교지도자의 모습을 실천하시는 강 신부님, 강렬하면서도 내실 있으신 치유 사역자 '조 관장님', 그리고 함께하는 공동체의 귀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필자에게 있었다. 이 분들과 함께하는 동안 마치 나무와 숲에 기대어 행복한 여행을 하는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진정한 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쉬러 와서 간간이 더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필자에게 스쳐가는 한가지 생각이 주어졌다. 우리 사람에게의 진정한 '쉼' 도 나무와 인간의 관계처럼 주고받는 정이 함께 할 때에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필자 또한 처음 뵙는 공동체 분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살아가는 모습, 과거의 상처를 보여주며 위로받으며 같이 동행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따뜻한 물에 우러나는 찻잎처럼 맑고 담백한 대화였고 자연스런 치유의 시간이었다. 꿈만 같은 시간, 마치 지리산을 품은 것 같이 숲과 대화를 하고 거닐며 정중동의 일상속에서 9일간의 짧고도 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필자의 인생여정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과 육신이 진정한 쉼을 얻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음은 지리산 묵계리의 나무와 숲과 더불어 산골 공동체의 천사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확신한다.

한자의 쉼을 의미하는 휴(休)가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는 인간에게로의 일방적 베품을 넘어 인간이 나무에게 주는 사랑, 배려, 아름다움에 대한 탄성과 깊은 교제를 통해서 나무도 성장하는 양방성이 우리 인간이나 나무에게 진정한 쉼과 성장을 준다는 것을 믿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 관계 속에서의 진정한 쉼도 나무와 인간이 양방성으로 진정한 배려와 깊은 교제와 사랑의 나눔을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나눔과 헌신으로 같이 하는 시간이 진정한 휴(休)식 일뿐만 아니라 인간의 '쉼'그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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