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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문법 교육 강화된 지 4년… 학생들은 '비속어' 남발

대전 고교 SNS 페이지, 욕설·비속어 난무
학계, 올바른 한글 사용 교육 부재 지적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8-10-08 17:29

신문게재 2018-10-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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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9일은 572돌 한글날이지만 청소년들의 그릇된 한글 사용 실태는 심각하다.

수년간 일선 교육 현장에서 문법 교육이 강화됐지만 바람직한 한글 사용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청소년들의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연령대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투) 남발이 잇따르고 있다.

8일 대전 중구의 A 남자 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는 온갖 욕설과 급식체로 가득했다. 한 학생이 교사의 목소리를 흉내 내 올린 영상에는 사람을 비하는 욕설이 담겨 있었다. 게시글 댓글에는 욕설에서 초성을 따 쓰는 급식체가 수두룩했다. '인정하다'의 인정에서 초성만을 적는 'ㅇㅈ'은 가벼운 수준이었다. 대전의 한 여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욕설은 물론 틀린 맞춤법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젊은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특정 상황의 분위기나 모양새를 뜻할 때 쓰는 '~각' 표현도 자주 눈에 띄었다.



급식체로 대변되는 청소년들의 일탈적 한글 사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교육계는 전통적 문법 교육만을 강조하고 있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문법 영역이 강조됐고 2018학년도 수능과 2019년 9월 모의평가에서는 전체 45문제 중 현대문법 4문제와 고전문법 1문제가 출제된 바 있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상식 수준의 문법 2문제가 나온 점에 비하면 영역의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일선 중등 학교에서도 문법 중시 경향에 따라 수업 시수를 대폭 늘려왔지만 정작 바람직한 한글 사용 문화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중등학교 국어 교사는 "학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독서와 문법 과목에 배정된 5시수(시수 당 17시간) 중 3시수는 문법에 할애하고 있다"면서도 "수능에 출제되는 형태론, 음운론, 통사론 영역의 현대문법과 중세와 근대를 아우르는 고전문법을 모두 가르치기에도 시수가 빠듯하다"고 털어놨다.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도 바람직한 한글 사용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국내 굴지의 한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에는 언어 순화를 소재로 한 짤막한 글 하나가 게재된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현재 교육부)의 2009 교육과정 문서를 통해 문법 교육의 목표를 두고 '국어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고 국어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제시한 부분과 크게 대조된다.

대전교육청은 올바른 한글 사용 교육에 대한 방안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교육청 관계자는 "한글 사용 교육은 일선 교사가 수업 스케줄을 자율적으로 계획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일탈적 한글 사용 실태에 학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수익 한남대 국어문화원장은 "SNS를 포함해 빠른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매체 환경에서 변이적인 표현 방식이 등장하는 점은 감안할 수 있다"면서도 "비속한 표현을 자주 쓰는 청소년의 왜곡된 언어 습관이 일상에도 침투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체 환경과 국어의식이 조화된 국어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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