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여론광장

[만약에] 74화. 웃지 않으면 단명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임금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10-19 00:00
얼마 전 사돈어르신을 천안에서 만났다. 그리곤 천안 12경 중 하나인 천호지를 구경한 뒤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족발에 소주를 먹고 마시며 화기애애의 꽃을 피워나갔다.

"구경은 잘 하셨는지요?" "아주 만족합니다!" 사돈께선 댁이 수원이고 나는 대전이다. 하지만 천안은 딱 바로 그 중간이다. 더욱이 나의 고향인 터여서 천안은 어디가 절경(絶景)인지까지를 한 눈에 꿰고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뵙고 있는데 서로 1시간만 '투자'하면 천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올 봄에 결혼한 아들 덕분에 나에게도 사돈어르신이 생겼다.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인 까닭에 무언가의 화두를 놓고 대화를 나눠도 금세 코드가 맞는다.



사돈께선 사위인 나의 아들 자랑을, 나는 며느리 칭찬에 힘을 튀겼다. 식당을 나와선 천안역까지 택시를 탔다.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를 사면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오늘 광덕에서 마침맞게 호두축제를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모시고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자 사돈께선 다시금 사위 칭찬을 하셨다. 그것도 매우 유머러스하게.

"옳아, 아드님이 이 호두를 닮아서 그렇게 야무지고 똑똑하군요?" 칭찬은 부메랑이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아버님과 점심 나누고 집에 간다. 저녁엔 신랑이랑 커피 마셔 ~^^"

이어선 모바일 커피쿠폰을 두 장 보냈다. <인생 2막까지 멋지게 사는 기술 재미>는 2017년 9월에 초간(初刊)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독자의 요청이 높아져 2018년 4월에 2쇄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엔 유머와 웃음으로 내 삶을 행복하게 경영하는 방법이 듬뿍 담겨있다. 어느 곳을 읽어도 금세 웃음만발의 간이역을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한참 웃은 곳부터 소개한다. 제목은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아가씨는 대부분 결혼을 꿈꾸지만 아줌마는 이혼을 꿈꾼다... 아가씨는 술 취하면 울지만 아줌마는 막춤까지 동원해 춤을 춘다...' 가히 촌철살인의 유머가 아닐 수 없었다. 다음은 <문자 오타로 고민스러울 때>이다.

관심이 있어 작업 중이던 여자에게 "너 심심해?"라고 보내려던 문자가 "너 싱싱해?"라고 보냈다면 어찌 될까? ===> 100% 한 방에 차였다. 고루하다곤 하지만 <아재 개그> 역시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바람이 귀엽게 불면 '분당~!'이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임금은 '최저임금'이며, 언제나 말다툼이 있는 곳은 '경마장'이란다. 회식 따위를 할 때 한국인들에게서 빠질 수 없는 게 <건배사>(종류)다.

'단무지'는 "단순 무식하게 지금부터 즐기자"이며, '초가집'은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2차는 없다"라고 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펴낸 이 책에서 박인옥, 최미애 공저자(共著者)는 "인생 2막 100세까지 사람과 더불어 가깝게 지내고 싶다면 웃어라!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유머를 익혀라"며 전도(傳導)하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의 오늘은 어떠했는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짜증만 냈는가, 아님 퇴근시간이 가까운 지금껏 미소로 일관했는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소망한다.

그렇지만 세상을 사는 동안 어떤 사람은 건강을 잃고 병마에 시달리며 심지어는 세상을 하직하게도 된다. 몸에 좋다는 것을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먹어봤자 별무효과다. 이는 긍정과 유머가 결여된 때문이다.

요컨대 유머로 웃으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 보약인지는 잘 모르고 지낸다는 것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뇌의 시상하부라는 곳을 깨우고 콩팥 부근에 위치한 부신을 자극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과 혈당이 올라 당뇨병이 유발된다. 이뿐 아니라 심장병과 위궤양, 우울증 등이 생기거나 있던 병이 악화된다. 이럴 때 역시도 어떤 만병통치약은 바로 웃음이다.

웃고 나면 혈액 내 감마인터페론이 200배 증가한다. 감마인터페론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다.

국화측ㅈ
유성국화축제에 간 필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생후 2~3개월 후부터 웃기 시작해 보통 6세가 되면 하루 300회 이상 웃는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 취재 차 갔던 '선비의 도시 유성에서 만나는 춤추는 국화'를 모토로 한 <2018 제9회 유성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대전시 유성구 유림공원에서도 목격한 '팩트'다.

전국각지에서 왔다는 유치원과 유아원 아이들까지 덩달아 환호성을 지르는 등 어찌나 웃음꽃을 피우며 좋아라 하는지 덩달아 웃었으니까. 녀석들은 뭐가 그리도 좋았기에 그처럼 마치 배가 끊어져라 웃었던 것일까.

여기서 잠깐, <유성국화전시회>의 의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 전시회는 인근의 유성천과 온천공원 일원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한데 이 전시회는 말이 전시회지 사실은 전국적 명성의 '축제'에 다름 아닌 정말 멋진 꽃 대궐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화만 무려(!) 3천만 송이에 꽃탑 2조, 국화 조형물 900여점에, 기타 국화 LED와 각종 포토존까지를 더하자면 그야말로 매머드급의 진수성찬인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화분재와 수석, 대전교도소 재배국화들까지 가세하였다.

최근 홍콩의 톱스타 주윤발이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한화 약 81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전 세계인들의 찬사가 잇따랐다. 새삼 기부란 참 아름다운 용기라는 생각에 덩달아 미소가 만면에까지 번졌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매년 수많은 사람들에게 국화꽃 향기를 선사하는 <유성국화전시회>는 고(故)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님께서 대전 시민을 위해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조성한 시민공원이다.

따라서 실로 타인의 귀감이 되는 이인구 회장님의 통 큰 기부가 없었던들 현재의 유림공원은 결코 우리 곁에 가까이 올 수 없었을 것이었다. 유성국화전시회는 3천만 송이가 넘는 엄청난 국화의 숫자만을 보더라도 이를 가꾸는 분들의 정성이 대단한 것임은 당연한 상식이다.

참고로 유성국화축제에서 볼 수 있는 각종의 국화들은 모두 유성구청 직원들이 직접 온갖 정성으로 재배하고 전시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간혹 사진을 찍으면서 슬쩍 국화꽃을 꺾거나 가방과 배낭 등에 넣어가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어린이들이 보면 어찌 될까? 당연히 웃음 대신 짜증이 파도로 밀려올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한데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웃는 횟수가 하루 평균 15회 정도로 줄어든다고 하니 안 웃으면 단명한다는 주장이 맞는 것임에도 틀림이 없지 싶다. 어제까지의 안 좋았던 일들은 모두 잊자.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웃자. 웃으면 복까지 온다. 이 책을 보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음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