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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더 강하게 마약과의 전쟁 밀어붙여야 한다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9-05-29 16:24

신문게재 2019-05-30 23면

얼마 전까지 마약청정국으로 이름 날렸던 우리나라가 '마약 유통 거점국'으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인적이 드문 농가 등에서 마약류를 제조, 판매해 왔다면 이젠 도심 한복판에서 거리낌 없이 마약을 만든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놓고 판매한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마약 허브국'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서울 시내 한복판의 호텔 방이 마약 제조 공장으로 사용됐다는 소식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마약 제조 기술자가 보름간 호텔 방에 틀어박혀 필로폰을 제조하다 현장에서 우리 경찰에 붙잡혔다. 호텔 직원과 투숙객이 드나드는 호텔 방에서 이렇게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것도 혼자서 단시간에 무려 1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만들었다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마약 유통 거점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동안 은밀한 곳에 조금씩 숨겨 들어왔다면 컨테이너까지 동원되는 현실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마약류를 들고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중국 국적의 한 남성은 여행용 가방에 코카인 6.8㎏을 몰래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루마니아 여성도 가방 속에 코카인 1.3㎏을 들여오다 붙잡혔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부산항에서 중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에서 2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코카인 63.88㎏(시가 1900억 원 상당)을 적발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고 마약류 사범을 검거하고 있지만, 마약은 생활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도심 한복판 호텔 방에 마약 공장이 차려져 있는 판국이니 소비와 공급이 어느 수준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미성년자가 SNS로 무차별하게 마약을 파는 현실을 묵과해서는 곤란하다. 더 강하게 마약과의 전쟁을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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