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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여름휴가의 즐거운 동반

안성혁 작곡가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9-07-15 10:24

신문게재 2019-07-16 19면

안성혁
안성혁 작곡가
어느덧 신록이 무성한 열정의 계절 여름이 됐다. 외출할 때 우산 걱정을 해야 하는 장마철이다. 곧 학생들은 방학을 할 거고 직장인들은 휴가철이 맞이할 거다. 우리나라 세시 풍속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여름의 휴가는 우리에게 힘이 된다. 휴가의 계절 여름, 무덥지만 설레는 계절이다.

음악가들은 어떻게 여름을 보낼까? 오늘은 음악가들의 여름을 살펴보기로 한다. 1872년 오스트리아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저택. 5월부터 시작한 후작의 휴가는 9월까지 이어진다. 후작에 소속된 관현악단원들은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궁정에서 연주를 해야 했다. 이를 딱하게 생각한 이 관현악단을 이끄는 지휘자는 한 가지 묘책을 냈다. 그는 교향곡을 새로 작곡했다. 연주 당일 마지막 4악장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연주가 진행되면서 관현악단 단원들이 악기별로 자기 연주를 마치고 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엔 지휘자와 악장이 사이좋게 마지막을 연주하고 같이 퇴장했다. 이를 본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호인이었다. 이들이 휴가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전원 휴가를 보내줬다. 이 교향곡은 45번 '고별'이다. 교향곡을 작곡한 지휘자는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다. 역시 휴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겁다.



1902년 6월 마이에르니히에 있는 별장. 여기 한 음악가가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그는 크레펠트에서 자신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 후 이곳에 도착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 사람은 비인오페라 극장의 감독인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다. 그는 여기서 교향곡 5번을 완성했다. 말러는 시즌에는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를 하고 여름휴가가 되면 별장에 와서 작곡을 했다. 그래서 그를 '여름 작곡가'라고도 한다. 그의 교향곡 5번 4악장에 나오는 'Adagietto'라는 곡은 매우 유명해 많은 이들이 즐겨듣는다.

현재 유럽에서는 여름이면 휴가를 다녀온 음악가들이 모여 크고 작은 음악회를 연다. 그렇게 여름휴가를 오는 일반인들에게 음악을 연주하며 서로 감동을 공유한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 감상하는 사람 모두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로 와보자. 우리 음악가들도 여름엔 휴가철을 보낸다. 그리고 그들도 휴가를 마치고 시민을 위해서 연주회를 준비한다. 올해도 멀리 강원도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대전에서는 여름밤을 수놓을 대전 보문산 음악회, 대전 국제 음악제, 2019 썸머 뉴아티스트 콘서트, 그리고 대전의 각 공연장에서 여러 기획공연이 청중을 기다린다.

음악가들은 여름에 시민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며 보낸다. 이렇게 시민들을 위해 준비된 음악회가 기다리는 여름. 올여름엔 음악회장에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보내 보자.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음악회장으로 가는 길. 그 길엔 정겨운 대화가 오갈 것이고 즐거운 설레임이 있을 것이다. 음악회장엔 감동이 있다. 음악과 보낸 여름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음악은 여름휴가의 즐거운 동반자가 될 것이기에.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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