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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꼰대가 되기 싫은 라떼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0-06-29 08:03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이사장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대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많은 고통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이러한 관계는 대부분 서로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말과 글을 통해 형성된다.

특히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는 표정과 몸짓 등 감정까지 실을 수 있어 글보다 뛰어난 소통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서로가 자라온 환경과 몸에 밴 표현방식이 달라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수평적 관계가 아닌 상하, 갑을 관계에서의 대화는 한쪽에 힘이 실려 소통보다는 일방적 주장으로 흐르기 쉽다. 더구나 그 한쪽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선배, 상사라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흔히 말하는 ‘꼰대’의 모습을 표출하기 쉽다. 이러한 꼰대가 많은 조직은 말하는 사람은 많고 듣는 사람, 즉 일하는 사람은 적어 발전 가능성이 작다.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기성세대의 규칙을 강요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것을 비하하는 단어다.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선배나 상사가 되면 아무래도 우월적 위치에서 대화할 기회가 많아지고,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나도 모르게 꼰대의 기질이 서서히 자랄 수 있다.

따라서 내 안에 싹트는 꼰대의 싹을 아예 자르려면 의도적으로라도 말수를 줄여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는 상사는 말을 적게 해도 충분히 갑이 된다. 상사는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그나마 상대방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인 이유가 할 말은 반으로 줄이고, 상대방의 말은 2배로 들으라는 것이라고 한다.

구석기시대에 존재했던 여러 현생 인류 중 호모사피엔스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이들의 뛰어난 소통 능력 덕분이었다. 인간의 소통 능력은 최근 SNS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런데 SNS를 통한 소통이 싫으면 연결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싫어도 할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현실 사회와는 큰 차이가 있다.

현실 사회에서는 나이와 출신 배경, 사상, 예술적 취향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여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좋든 싫든 타인과 끊임없는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많은 관계 속에서 개인과 조직, 사회가 발전하려면 구성원들 사이에 마음을 연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동료 사이뿐만 아니라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도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에 의한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해 진정한 소통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급격한 변화에 쉽게 적응했지만,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과거에 배우고 경험한 것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이러한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비하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며 이번에는 어른들이 말을 해야 할 때도 입을 닫고 있어 문제다.

신참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치기 어린 도전이 조직을 역동적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가끔은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선배의 경험과 연륜인데, 이들이 꼰대라고 치부될까 두려워 입을 닫는다면 그 조직에 미래가 있을까?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에 부닥친 후배를 위해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용기 있는 선배, 상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구 세대가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발전하기 위해선 가진 게 많은 기성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야 한다. 기성세대는 자기 생각과 논리를 젊은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그동안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를 이끌어주고, 이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상사는 꼰대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지만, 라떼는 될지언정 최소한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되뇐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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