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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사라진 산청군 단성면 소재 축사 슬레이트 지붕…왜?

축사 소유주 A씨, "태풍으로 지붕이 전부 날아가"
제보자, "축사 주인이 철거해 포크레인으로 땅에 묻어"
면사무소 관계자, "강누리 소재 축사에서 지난 2017년 당시 태풍피해로 접수된 피해 건수 한 건도 없어"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 승인 2021-07-21 13:59
2017년도와 2018년 위성사진 비교
산청군 단성면 소재 축사 지붕 2017년도와 2018년 위성사진 비교<제공=인터넷 캡쳐>
경남 산청군 단성면 강누리 소재 한 축사에서 지붕 평수 600여㎡(200여 평)에 달하는 슬레이트 지붕이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투명필름(선라이트)으로 교체됐다.

20일 제보에 따르면 이 축사 슬레이트 지붕은 군에 신고하거나 공사업체를 지정해 정상적으로 처리를 하지 않은 채 땅에 파묻었다는 것.

제보자는 "어느 날 지붕공사가 완료돼 있어 주변에 알아보니 축사 주인이 철거해 포크레인으로 땅에 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만일 땅에 묻었으면 그 피해는 이 동네 주민이 고스란히 받게 되므로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축사 소유주 A씨는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태풍으로 지붕이 전부 날아가 경남도에서 보상금을 받았고, 그해 비가 많이 와 바로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립사실을 부인했다.

산청군 담당자는 "며칠 전 신고를 받았다. 위성사진 상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확인은 했는데 집주인이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 어쩔 수 없이 수리했다'며 땅에 묻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신고자에게 철거한 슬레이트를 묻었으면 파묻은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정확한 장소를 몰라 우리도 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증거가 있어야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데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도에서 보상을 받았다면 해당 면에서 피해 신고를 접수했을 것이다. 태풍 피해가 생기면 해당 면에서 각 동네 피해가구마다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그 조사 결과를 군에 올린다. 군은 그 조사 결과를 도에 보고하고 피해복구 예산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지난 2017년 태평양에서 형성된 태풍 30개 중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은 기상청 위성사진 상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성면사무소 관계자는 "강누리 소재 축사에서 지난 2017년 당시 태풍피해로 접수된 피해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2017년과 2018년도에 태풍피해로 접수된 민원 건수와 도에 보상이 이뤄진 사례 둘 다 1건도 없었다"며 태풍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제보자는 '진주 환경단체에서 조사한 결과 200평 축사 지붕을 덮고 있던 슬레이트는 장수로 600여장'으로 추정했다.

만일, 이 600여장의 슬레이트가 전부 땅에 묻혔다면 그 피해는 그 동네 주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977년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부드러운 감촉과 광택이 있으면서도 높은 강도와 불에 타지 않는 내열성, 단열성 등의 특성을 가진다. 마모·부식에도 강해 건설·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쓰였다. 그러나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은 치명적이다.

'죽음의 그림자'로 불리는 석면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가 사람 호흡기로 들어오면 10∼40년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등 각종 암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모든 석면 제품에 대해 수입과 제조, 유통,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따라서 해당 축사의 슬레이트 처리에 대한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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