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⑧] 양면성을 지닌 대전천?… 한쪽은 보행도로, 한쪽은 하상도로

김소희 기자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8-31 07:00

신문게재 2021-08-31 10면

컷-3대하천





Y존 부근인 삼천교 인근 대전천과 달리 활기 넘치는 모습 곳곳

양쪽이 하상도로가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곳곳에 아직도 존재

차량 진출입을 위해 인도가 끊겨 있는 곳도 있어…차량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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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교에 놓여있는 출입금지 표지판. 한쪽엔 보행/자전거도로 통행을 금지한다고 써져 있다. 반면 맞은편 표지판에는 하상도로를 출입 금지한다고 써져 있다. 대전천을 기준으로 한 곳은 인도로 한 곳은 하상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사진=김소희 기자
대전천② [더 안전하게 걷고 싶은 바람은 언제쯤…]
대전 3대 하천 재발견, 대전천의 두 번째 걷기 코스는 목척교~문창교 구간으로 정했다. 첫 번째로 걸었던 Y존 부근인 삼천교~목척교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단순 하상도로였던 대전천의 첫걸음은 다소 아쉬웠기 때문이다. 반면 목척교를 중심으로 대전역세권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기에, 활기찬 대전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원도심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있는 목척교 부근은 말 그대로 활기찼다. 어린아이와 청년, 부부, 노인 등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대전천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대전천을 중심으로 양면성이 있다는 점이랄까. 문창교에서 목척교로 가는 방면은 보행·자전거 도로였다면 목척교에서 문창교로 가는 방면은 하상도로였다. 대전천에서 하상도로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날이 올 수는 있을까. 그런 막막함이 들 정도로 곳곳에 존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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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천의 보행/자전거도로의 일부 모습. 노면에 표시가 잘 돼있지 않아 어느 쪽이 보행도로인지 헷갈린다. 사람들도 구분 없이 오가는 모습. 사진=김소희 기자
*생기가 가득한 공간… 자전거-보행 도로 구분은 ‘글쎄’
문창교에서 목척교까지. 그리고 다시 문창교로 돌아오는 코스를 구상했다. 시작은 문창교에서 시작했다. 나쁘지 않았다. 비가 내린 후였지만 대전천 주변은 비교적 정돈된 모습이었고 되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많은 사람이 오갔다. 첫 번째로 걷기에 나섰던 구간은 풀숲이 정돈되지 않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구간은 비교적 정돈돼 물길이 흘러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었고 날아오는 새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애완견과 산책을 나온 사람, 가족 단위로 운동을 나온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돼 있었지만 대전천을 걷는 사람들은 별다른 인식이 없어 보였다. 선이 그어져 있었음에도 어떤 도로가 자전거 도로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노면에 표시돼 있지 않은 문제도 있었지만, 대전천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조차 구분하지 않고 비어있는 길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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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보행자를 위한 진출입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이용하는 언더패스를 이용해 밖으로 나가는 시민. 사진=김소희 기자
*산책하는 사람 많은데, 곳곳 언더패스 도로에선 아슬아슬 풍경
이번 걷기 코스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 전 코스에서는 사람은 보이질 않고 차량만 가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비로소 대전천이 시민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상도로의 여파는 지울 수 없었다. 대전천은 유난히 교량이 많았는데 그곳마다 '언더패스(높은 도로나 철도 밑에 설치된 통과가 가능한 반지하도)'가 존재했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대전천을 내려오거나 빠져나가는 시민들도 상당했다. 진입하던 차가 보행하던 사람을 보고 급하게 정지하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전천을 빠져나갈 수 있는 잘 정리된 진입로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언더패스가 있으니 차가 없을 때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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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교 인근에는 사람들이 모여 하천 부근에서 가족 단위로 음식을 먹으며 놀고 있다. 또 다른 곳엔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 사람과 볼거리가 바글바글한 목척교 부근
커플브릿지를 지나 목척교 부근에 가까워질수록 유동인구가 더 증가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업소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기엔 너무 컸다. 목척교에 가까워질수록 노랫소리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발원지는 대전천 인근으로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있는 곳이었다.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여가 활동을 보내시고 있었데, 코로나19 거리두기는 괜찮은 건지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곳에는 '목척교 음악분수'를 설치한 곳이었다. 음악에 맞춰 높낮이를 달리하는 분수를 저녁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분수 맞은 편에는 앉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잘 정돈한 의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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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 만세광장. 대전 최초의 만세 독립운동이 펼쳐진 위치를 기념해 꾸며진 대전천 인근에 공간. 사진=김소희 기자
*목척교에서 다시 돌아 문창교 방면으로…
활기가 가득했던 목척교를 돌아 문창교 방면으로 다시 돌아갔다. 앉아서 음식을 먹는 이들이 많다 보니 쓰레기도 많았다. 버려진 음식들도 있어 비둘기들이 모여 있기도 했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조금 걷자 인동 만세광장에 다다랐다. 갤러리 공간까지 있어 상당히 넓었다. 가족 단위가 모여 앉아 나들이를 즐기고도 있었고, 다른 가족들은 테니스를 하는 문화 공간으로는 제격이었다. 대전천 뒤로 대전의 역사가 남아있는 공간. 대전 최초로 독립 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곳을 기념해 대전천에 벽화를 조성했다. 이곳은 고스란히 지역의 역사를 담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적 공간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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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교에서 문창교로 가는 방면의 보행도로 바로 옆에는 하상도로가 위치해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인동 만세광장의 벽화를 구경하며 넘어가던 중, 첫 번째 대전천 걷기에서 나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했던 차량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문교까지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후부터는 차량이 먼저인 공간이었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구간이 아니라서 몰랐는데, 꽤 많은 차량이 오갔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차량이 하천에서 밖으로 나가는 구간이 있는데 잘 이어져 오던 인도가 끊겼다는 점이다. 차량이 움직이기 위해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가 중간에 끊었다. 사람이 걷고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공간보다는 자동차가 우선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준 공간이었다. 씁쓸했다. 심지어 차량 진입 금지를 위해 설치된 볼라드가 곳곳에 있지만 주차는 물론이고, 볼라드 사이 간격이 넓어 차량 진입이 충분했다. 볼라드의 존재도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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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빠져나가는 출구를 위해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도로가 중간에 끊겨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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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빠져나가는 출구를 위해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도로가 중간에 끊겨 있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에 한 차는 직진, 다른 한 자는 밖으로 빠져 나가는 모습. 사진=김소희 기자
목척교에서 문창교의 대전천은 '반쪽짜리' 공간에 불과했다. 반은 시민들의 공간, 나머지 반은 차량을 위한 공간. 하상도로나 언더패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곳곳에 차량이 우선인 구간에서는 안전한 산책은 불가능했다.

모든 구간을 완벽하게 정돈하고 정비할 수는 없겠지만 유난히 목척교 인근만 잘 정돈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일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커플브릿지 등 시민에게 제공하는 볼거리가 대전천 전체가 아닌 오롯이 한 곳에 집중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전천이 온전한 시민의 공간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하상도로를 철거하기 전에는 더더욱 시민들에게 ‘안전하니 대전천을 걸으시오’라고 누가 제안할 수 있을까.

대전천 두 번째 걷기를 끝내면서 다음 코스는 문창교에서 가오교까지로 정했다. 대전천에서 꽃단지가 있는 곳은 하상도로가 존재하는 삼천교 인근, 문창교~가오교 부근으로 단 2곳뿐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대전천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대전천=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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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전거도로이기 때문에 차량 진입금지를 위해 볼라드까지 설치돼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있기도 하다. 사진=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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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교에서 목척교까지. 다시 목척교에서 문창교까지 걸어왔다. 어플을 활용한 인증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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