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명불허전 예당호 출렁다리서 마음까지 출렁

술잔은 술로 채워야 맛이고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3-03-25 00:00
예당저수지로도 불리는 '예당호'는 면적 약 9.9 km2이며 둘레는 40km에 이른다. 너비 2km, 길이 8km이며 곡창지대인 충남 예산군 및 당진시에 걸친 넓은 홍문(鴻門) 평야를 관개하기 위하여 1929년 4월에 착공했다.

이후 8.15 광복 전후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46년부터 예당 수리조합의 주관으로 공사가 재개되어 1963년에 완공하였다. 댐의 높이는 12.1m이고, 길이 247m이며 무한천(無限川), 신양천(新陽川) 등이 흘러 들어와서 호수를 이루고 있어 장관이다.

예당호는 댐에 설치된 26개의 자동조절 수문을 통하여 다시 무한천이 되어 북류(北流)한다. 관개면적이 3만 7400㎢에 달하는 충남 유수의 호수로, 상류의 집수면적이 넓어 담수어의 먹이가 풍부하게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소문난 저수지에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일약 전국적 명소로 떠올랐다. 예당호는 진작부터 붕어, 뱀장어 등이 많아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연간 1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낚시꾼들이 잡은 붕어로 만든 붕어찜과 어죽은 미식가를 유혹하기에 충분한데 그 맛은 또한 중독성이 워낙 강해서 한 번 찾은 사람은 반드시 가족과 지인을 데리고 또 온다는 풍설이 자자하다.

2019년 4월 6일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는 개통 51일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기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28일에는 500만 명을 기록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단기간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출렁다리로 인증받았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관광 상품이자 일등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예당호에는 작년 10월에 전국 최초 테마형 야간경관조명 모노레일도 개통되어 특히 어린이들의 이용이 폭발적이다.

야간 모노레일은 1320m의 노선을 24분간 순환하는 4인승 6칸 열차인데 예당호 조각공원과 예당호 출렁다리, 음악분수 등을 조망할 수 있어서 그만이다. 또한 수변공간의 사계절과 홀로그램 등 미디어 야간경관 콘텐츠까지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걸으면 진짜 출렁거리는 예당호의 출렁다리는 주변의 산자수명(山紫水明) 풍광까지 뛰어나 정말 압권이었다. 출렁다리의 작명 또한 누가 했는지 정말 훈장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 '출렁거리다'는 '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다' 라는 의미 외에도 '가슴이 몹시 설렌다'라는 설렘의 느낌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잔잔한 호수 위를 헤엄치다가 물고기를 잡아먹을 요량에 자맥질을 하는 물오리의 모습을 보는 맛도 쏠쏠했다.

예당호에 설치되어 있는, 단독주택 형식의 낚시를 할 수 있으며 휴식까지 가능한 좌대에 앉아 덩달아 세월까지 낚고 싶다는 느낌을 가졌던 건 비단 나만의 소회는 아니었을 터.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심한 즈음이다. 특히 남부지방이 극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禮山)의 예당호는 예산군의 지명 역사 1100주년을 맞은 전통의 명불허전 도시답게 하늘에서도 특별히 예(禮)스럽게 도와주시지 싶었다.

술잔은 술로 채워야 맛이고 호수는 물이 가득 차야 절경(?景)이다. 내 맘까지 덩달아 출렁거리게 했던 예당호 출렁다리에 전국각지에서 인파가 쇄도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마치 예당호 출렁다리를 그렇게 표현하는 건 아니었을까 싶었다.

"다음에 찾을 때는 가족도 모두 데리고 같이 오마"를 약속하며 예당호와 아쉽게 작별했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