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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슈퍼 공무원이 이끈 고향사랑기부제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4-02-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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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대표이사
우에야마 씨는 일본 진세키고원군 부군수까지 역임한 후, 2012년에 퇴임했다. 노후 걱정은 없었지만, 살 날이 길었다. 민간인이 되어보니 행정과 민간 입장이 동시에 이해됐다. 4개 기초 지자체를 통폐합 했으나, 인구가 8천명 남짓인 진세키고원군은 미래가 불투명했다. 행정과 민간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자 잘 하는 일에 집중해야 소멸위기를 막을거라 판단했다. 그는2015년 NPO(비영리법인) 'nina진세키고원'을 설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한다. 행정과 민간을 조율하며 생활인구를 위한 빈집은행과 커뮤니티스쿨, 원주민을 위한 특산품 쇼핑몰과 재난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진세키고원을 누구나 살아볼만한 동네로 만들고 있다.

진세키고원군은 '유기견 보호'를 내세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로 유명세를 탔다. 400억원이 훌쩍 넘는 모금에서 'nina진세키고원'은 답례품을 관리한다. 행정의 방식을 이해하되, 민간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게 고향사랑기부제 특성이다. 진세키고원군은 우에야마 씨를 신뢰하며 답례품 관리를 일임했고, 민간 시장에서 경쟁은 과감하게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라는 곳에 맡겼다. 모금 이후, 진세키고원군 재정자립도는 30%에 육박한다. 'nina진세키고원'은 수억 원의 흑자를 내며, 마을자치회에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나가 코조 씨는 일본 사가현 부부장 시절 고향사랑기부제를 이끌었다. 사가현은 일본의 광역지자체 중 인구, 면적 모두 최하위권 지자체였고, 특색있는 답례품도 없었다. 무색무취한 사가현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이 쉽지 않았다. 그는 사가현에 사업자등록이 있고, 1명 이상 사가현 사람을 고용한 CSO(시민사회조직)에 한 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단체를 지정했다. '원하는 사업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 기부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요즘 시대에 맞는 방식이라 판단했다.



2021년 기준 사가현에 등록된 CSO는 112곳, 당해 년 모금액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몇 해 전에 비해 10배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도쿄와 오사카에서 사가현으로 이주해 온 CSO 조직과 사람 역시 많았다. 결식아동 지원, 고령자 이동지원, 전통공예 지원 등 의미있는 모금이 많았지만, '아동 1형당뇨 치료법 개발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1형당뇨 아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사가대학교를 비롯 20~30개 연구기관을 지원하면서부터 무색무취 지역을 첨단산업클러스터로 전환한 셈이다. 여전히 사가현의 답례품은 지역적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기에 기부는 혜택만으로 되지 않는게 증명된 셈이다.

행안부와 울산시가 진행한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국제포럼>에 참석한 후루카와 야스시 일본 중의원은 "민간 플랫폼은 (정부가 추진했던 플랫폼에 비해)기부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돼 있다. 모금은 속성상, 트렌드에 맞춰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데 행정이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 총무성(행정안전부격) 출신이다. 사가현 지사를 거쳐 중의원이 되었고, 총무성과 국토교통성 차관도 역임한 일본의 대표적인 공무원 출신 정치인이다.

광주 동구, 전남 영암, 강원 양구는 지난 해 우에야마 씨, 이와나가 코조 씨,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 등 고향사랑기부제를 이끈 슈퍼 공무원에게 영감을 받아 행정과 민간을 적절히 배합한 모금을 실시하고, 지정기부를 단행했다. 일본이 제도 초기 7년 여 간 겪은 시행착오를 3개 기초 지자체 슈퍼 공무원들이 고초를 겪으며 적극행정한 바람에 1년 여 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슈퍼 공무원들 방식도 모두 다르다. 어벤져스 영웅들이 지구를 구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듯 말이다. 일본은 다른 방식을 모두 수용해가면서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검토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일본보다 나을거라 확신한다. 수많은 슈퍼 공무원이 탄생할수만 있다면.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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