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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반짝 기부 아닌 반복 고향 기부, 어떻게?

고두환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대표이사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4-03-24 09:04
  • 수정 2024-03-26 09:26
고두환 대표이사
고두환 대표이사
1994년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작가 케빈 카터는 수상 후 2개월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가 죽길 기다리는 독수리를 촬영한 그의 작품은 대중의 격렬한 비난에 직면한다. 독수리가 다가오길 20분간 기다린 후 사진을 찍은 뒤, 소녀를 긴급구호 센터에 옮기고 참회했지만, 대중은 사진을 찍기 전에 소녀를 먼저 구하지 않은 그의 죄의식을 질책했다.

기부 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가난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활용하는 것을 우리는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라 일컫는다. 인정(人情)에만 호소한 모금 시대는 막을 내렸다. 기부자는 기부금의 용처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할 권리'와 투명성과 피드백에 기초한 '알 권리'가 보장될 때, 반짝 기부가 아닌 반복 기부로 전환한다.

지역 간 재정 격차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난제다. 이 문제를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해결코자 시작한 것이'고향사랑기부제'다. 2008년, 일본에서 비슷한 고민으로 시작한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稅)제를 벤치마킹했다.



일본 역시, 초기에는 '지역을 살리자'는 구호에 의존하여 제도를 운영했다. 답례품 제공은 큰 혜택이었지만, 그것이 전국민적 기부로 이어지는 것은 5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에서는 재난대응기부와 지정기부(Government Crowd Funding)를 시작한다. '후루사토초이스'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일본 고향납세 10조원 시대를 열어 제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을 필두로 구마모토, 노토반도대지진 등 국가 참사 대응과 보상을 고향납세제로 해결 중에 있다. 재난 현장 구호는 국가도 하지만, '여성전용 피난소',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긴급구호'같은 세심한 대응은 국민의 자발적 기부로 이뤄진다. 법과 제도는 사람들의 필요보다 늦고,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각지대 역시 고향납세제가 채워주면서 국가의 문제를 국민들이 '상부상조' 정신으로 극복한다.

시마네현 운남시는 '찾아가는 커뮤니티 간호사 프로젝트'를 통해 2018년 3개월 간 1억원을 모금했다. 소멸지역에 병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의사를 초빙하는 등의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아 호응을 받지 못하다가, 예방의학적 관점과 최소한의 의료행위가 결합된 프로젝트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파도 그림으로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 고향 도쿄도 스미다구는 수도에 유력한 자치구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 미술관 건립에 50억원을 모금한다. 파도 그림은 전 세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도말기 판화 황금기를 이끈 그의 행적이 일본 예술을 세계적 반열에 올렸다는 국민 정서에 결합되어, 그의 고향을 찾는 내외국인에게 선뵐 괜찮은 미술관 하나를 자발적 기부로 설립하기에 이른 셈이다.

일본의 1745개 지자체(전체의 97.7%)는 기부자의 선택할 권리와 알 권리를 보장하는 지정기부를 시행한다. 오카야마현 세투우치시는 기부하는 이들을 '팬'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생활인구로 설정하여 세토우치시 '제2의 주민'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이 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기부가 세토우치시를 지속가능한 지방 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게 했다는 자부심에서 가능했다.

제도 원년, 모두가 '고향'이라는 단어와 '답례품'이라는 혜택에만 골몰할 때, 일본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습득해 이런 시도가 가능한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광주 동구가 있다. 그들은 9억2600만원을 모금하며 대도시 기초지자체 중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 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보존 모금에서 사업 및 재무의 상세한 계획을 공개하며 모금했다. 지정기부가 효과 있다는 소문이 나고, 모든 지자체가 아이디어에만 골몰할 때, 그들은 지난해 모금액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 야구단과 광주극장 지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부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리기 시작했다. 가령, 야구단 코치는 아이들의 활동일지를 쓰고, 봄에 훈련 재개를 위해 유니폼 지급 및 장비 등이 어떻게 불출되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기부자들에게 피드백하고 있다.

일본만 성공하란 법은 없다. 반짝 기부가 아닌 반복 기부를 구현하는 광주 동구 사례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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