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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22대 총선 결과와 걱정스러운 앞날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심효준 기자

심효준 기자

  • 승인 2024-04-22 11:01
  • 수정 2024-04-22 13:25

신문게재 2024-04-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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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교수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월 10일의 총선 결과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와 야당인 민주당의 압승, 조국혁신당의 선전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년간의 업적에 대한 국민의 엄정한 중간평가가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하였고, 충청권의 표심도 정권심판 주장에 압도적 힘을 보태주었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28개 선거구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21석, 국민의힘 6석, 새로운 미래가 1석을 차지하였다.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대전의 7석을 싹쓸이하였고, 충남의 천안, 아산, 당진과 충북의 청주, 청원 등 인구가 집중된 도시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었다. 국민의힘은 충남의 서해안 지대와 충북의 내륙 지대를 일부 가져가는 데 그쳤다.

정부 여당의 기록적인 참패에 대해선 보수 언론조차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남은 3년여의 임기 동안 거대 야당의 국회와 동거하게 된 윤 대통령으로서는 철저한 반성과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정쇄신만이 레임덕 또는 데드덕을 피할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심판이 내려진 지 10여 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보면 과연 선거 결과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 획기적인 대책 수립과 변화 모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지난주 국무회의의 인사말에서 윤 대통령은 여전히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바빴고, 오히려 국민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강변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제까지의 국정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당장 정부가 해결해야 할 눈앞의 과제는 극단적인 의정 대립의 문제이다. 2월 6일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와 3월 10일 대학별 증원 배정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반발은 1만여 명의 전공의의 사직, 전국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과 전면 휴강, 대다수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을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각 대학의 교육 역량과 시설을 완전히 무시하고 근거 없이 배정한 황당하고 무모한 증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충북대는 정원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나고, 을지대와 건국대 분교도 40명에서 100명으로 2.5배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대하여 충북대 의대 교수회장조차 배정된 200명의 교육은 불가능하며 실습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실정이다.

각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한다는 최근 교육부의 발표는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조삼모사의 편법으로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렇게 계속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로 일어날 의대 교육과 대학 병원의 총체적 붕괴는 명약관화하다.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한국 의료 체계의 앞날이 매우 걱정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윤석열 정부가 이번 총선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진정어린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과의 소통과 통합 및 야당과의 협치를 도모함으로써 국제적, 국내적 위기를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길 촉구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그 기회가 무한정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는 더욱 혹독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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