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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산업 발전에 있어서 출연연의 변화 방향에 대한 단상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4-05-16 17:35

신문게재 2024-05-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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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출연연의 임무에는 대부분 산업(계) 발전에 기여 또는 경제 발전에 기여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출연연의 산업 발전 기여에 대해 '있다', '없다' 두 축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 추를 두는지는 전문가별로 다양하다. 다소 다양한 의견을 대립하는 전문가들의 제언 중 공통으로 제시하는 바를 크게 세가지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민간 기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경제 성장기에는 출연연이 경제성장에 기여해 왔고 민간 기업 역량이 성장한 이후에는 성과가 다소 주춤했다. 둘째, 출연연은 국가 성장 동력을 지속해서 창출할 수 있는 중장기적 연구를 잘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민간으로 잘 전파돼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이런 세 가지 주제에 대해 함께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 민간 역량이 성장할 때까지는 대체로 출연연이 기여해왔고 민간 기업 역량이 성장한 이후 성과가 다소 주춤했다는 부분이다. 먼저 기계산업 분야로 예를 들면,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 일반기계산업 생산액은 3000억 원 정도였다. 이즈음에 한국기계연구원도 설립됐는데, 2010년대까지 건설, 농기계, 선박, 철도 등의 기술 내재화 및 자립화와 관련 산업들을 우리나라 주력 산업으로 이끌면서 민간 역량도 많이 증가했다. 동 기간 1970년대 후반 3000억 원의 일반기계산업 생산액은 2010년 100조 원 규모로 300배 이상 성장했고 이후 최근까지 110조 원으로 저성장 추세다.

두 번째로 중장기적 연구를 잘해야 하는 것과 세 번째로 민간으로 잘 전파돼 경제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부분을 함께 살펴보자. 출연연은 실제로 과학적 성과는 우수하나 경제적 성과는 저조하다는 의견도 있고 파급효과를 계산하면 아직도 우수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떠나서 출연연 대부분의 기업기술지원 부서나 기술사업화 부서들을 보면 대다수가 중소·중견 기업의 지원 및 육성을 고착화된 임무처럼 나열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기업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와 중소·중견 기업을 육성해서 글로벌 강소 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육성하자는 전제들이 암묵적인 명제처럼 깔려있다. 실제로 출연연은 주로 중장기적으로 축적된 연구를 통해서 확보된 원천기술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기술들이 상용화되기까지는 3년, 5년 그 이상 상용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중소·중견 기업에 출연연이 일부 기술이전 지원을 한다고 해도 상용화로 이어지고 기술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상의 고찰과 함께 종합하면,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출연연과 기업 모두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과 기술협력 확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전담 출연연 필요, 창업과 연구소기업 활성화가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대기업과 기술협력 확대다. 최근 대기업과 출연연은 로봇, 이차전지, 인공지능 분야 등 신산업 분야에 더욱 많은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출연연의 기업 관련 부서는 중소·중견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어 관리하고 대기업과의 협력은 다소 비체계적일 수 있어, 대기업 지원 확대도 포함한 개선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전담 출연연을 설정하고 상용화 전담 연구 임무를 부여해 중소·중견 기업을 밀착해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용화 기술 개발의 연구는 상용화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전국에 협업 센터를 활용해 이러한 역할 전환으로 지금의 출연연들을 아우르며 더더욱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 창업과 연구소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서 출연연 연구진들이 다양하게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성공해서 출연연을 떠날 수 있도록 기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22개다. 미국, 중국의 수백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연연과 함께한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100개 이상 돌파하는 날을 기원한다.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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