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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잘먹으면·오래자면 키큰다" 키에 대한 과학분석

대전우리병원 소아성장발달센터 노수진 진료원장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07-02 17:08
노수진
대전우리병원 소아성장발달센터 노수진 진료원장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어렸을 때 잘먹으면 키큰다, 오래자면 키큰다고 하시면서 고봉같은 밥상과 함께 일찍 재우시고 아침 늦잠자게 해주셨다. 성인이 된 우리는 과연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대로 키가 컸을까?

대전의 딸 아이브 안유진의 경우 173㎝의 장신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이다. 아이브 안유진은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줄넘기 2단 뛰기를 100개씩 해서 키가 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농구와 줄넘기는 다리, 허리 등의 성장판을 자극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 30년간 서구화된 식생활로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막연히 키도 그만큼 따라서 클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으로 성장판 자극이 줄었고 유튜브 등 스마트 기기 사용시간이 늘며 수면 부족으로 성장호르몬이 적게 분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에 비해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의 평균 신장은 소폭 증가하였으나, 중학교 3학년의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2년 중학교 3학년 남녀 평균 신장은 각각 169.6㎝와 160.6㎝로 2021년보다 각각 1.2㎝와 0.1㎝가 줄어들었고, 초등학교 6학년의 남녀 평균 신장은 153.7㎝와 153.5㎝로 2021년보다 각각 0.1㎝와 0.3㎝만큼 소폭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영양가 있게 먹는데 왜 키가 크지 않았을까?

2005년.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사람의 키는 오로지 잠을 자는 동안에만 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낮에 활동하는 동안 성장판은 중력을 수직으로 받으며 중력의 압박으로 키가 크지 않지만, 자거나 누워있는 동안 중력을 수직으로 받지 않으면서 성장판에서 뼈가 클 수 있으므로 키가 크려면 잠자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섭취하는 영양분은 권장량의 100%이지만 일부 청소년에겐 영양과잉으로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기술표준원 조사에 따르면 2003년 한국 여학생은 만 13세에 성장이 둔화되었다고 하며, 2010년에는 성장 둔화 연령대가 만 12살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는 영양이 넘치면 어릴 때 성장은 빠르지만 대신 성조숙증이 찾아와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된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아이들의 성조숙증 유병율이 높아졌다는 기사가 연일 나는데, 이도 일맥상통한 결과로 보인다.

키가 크는 것은 뇌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되는 것을 시작으로 연골 성장판에서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연골세포의 양이 증가하며 키가 커진다. 출생 시 50㎝였던 키는 1살 때 75cm, 2살에 87cm정도까지 자라고, 이후 매년 4~5㎝씩 자라다가 여성은 10~16살에 15~20㎝, 남자는 13살~17살에 20~25㎝ 정도 자라고 나서 성장판이 닫히면 성장이 멈추게 된다.

우리 자녀가 키가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 키성장이 잘 이루어 지도록 수면, 영양 등의 관리를 해야한다. 또한 골연령 검사와 같은 조기 검진을 통하여, 아이의 성장을 예측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장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춘기 반응이 나타나면 일정시간 후에 키성장이 멈추게 되는데 이는 성장을 활발하게 하는 성장판이 닫히기 때문이다. 성장판이 닫힌 후 성장호르몬이 나온다고 해서 키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치료가 가능한 시기는 한정이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유난히 빨리 크거나, 유난히 작다면 성장판이 닫히기 전 조기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정밀검사를 시행한 이후 예상 키가 너무 작다거나, 현재 키로는 예상키만큼 자라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고 키가 크는 것이 아니라 키가 클 수 있는 근골격이 제대로 형성이 되어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녀가 키가 척추측만증, OX다리 등 성장의 기초부터 뒤틀린다면 성장을 하더라도 청소년기부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녀의 다리가 휘어진 정도, 척추의 건전성, 성장판의 닫힘 여부 등 종합적인 판단하에 성장을 위한 치료를 해야 청소년기 및 성인이 되어도 측만증이나 디스크, 안짱다리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 없이 바르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우리병원 소아성장발달센터 노수진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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