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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도시의 성장과 퀀텀 리프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4-07-04 16:59

신문게재 2024-07-05 19면

동정사진
정용래 유성구청장
혁신과 성장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대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허허벌판에 대나무 씨앗을 뿌린다. 물과 거름을 주고 1년을 기다린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정성과 관심을 쏟으며 또 1년을 기다린다. 역시 땅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3년째가 되면 드디어 죽순이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30㎝에 불과하다. 4년째도 마찬가지다. 4년 동안 쏟은 노력과 인내의 결과가 고작 30㎝라니, 실망하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씨앗을 뿌린 지 5년째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대나무는 마디마디에 생장점이 있어 하루에 무려 1m씩 자란다. 어느새 벌판은 대나무숲이 된다. 폭발적인 성장, 이른바 '퀀텀 리프(Quantum Leap)'다.

죽은 것처럼 보였던 대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나 성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간과한 게 있다. 폭발적인 성장 비결은 5년간의 뿌리 내림이다. 4년 동안 겨우 30㎝ 자란 죽순을 보며 낙담한 순간에도 땅속에서 뿌리가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도 변화가 없는 구간을 '낙담의 골짜기'라고 한다. 노력에 따른 결과가 비례하지 않아 실망하고 포기하기 쉽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낙담의 골짜기를 견디고 인내하면 마침내 퀀텀 리프의 시간이 온다. 30㎝ 자란 것에 실망하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대나무의 강인한 뿌리가 자란다. 그 힘으로 하늘에 닿을 것처럼 자란 대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유성은 도시 혁신과 성장을 위한 훌륭한 자원을 품고 있다. 우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KAIST와 충남대 등을 중심으로 청년인구가 많아 평균 39.0세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젊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 현상에도 2.06%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다. 과학자원도 풍성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입지한 유성구는 명실상부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이자 첨단 미래 기술의 산실이다. 환경자원도 유성의 자랑이다. 휴식과 힐링이 가능한 녹색 자연과 생태 여가공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처럼 인적자원, 과학자원, 환경자원을 골고루 갖춘 도시는 많지 않다.

유성은 글로벌 혁신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자원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 우리 구의 안산 첨단국방융합지구와 원촌 첨단바이오메디컬혁신지구가 충청권 유일의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어 신동·둔곡지구, 테크노벨리, 탑립·전민지구, 원촌지구 등 유성 산업단지 4곳이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유성구는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도시 평가에서 전국 자치구 1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4년 연속 전국 1위에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행정서비스가 최상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민선 8기 전반기를 거치며 이런 성과를 올린 도시도 찾기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이러한 풍부한 자원이 열매 맺고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씨앗을 뿌린 후 물과 거름을 주는 것과 같다. 유성구가 창업, 마을, 돌봄, 문화 등 4대 혁신을 구정 핵심 전략으로 삼은 이유다. 재능과 경험을 더하는 지속가능한 창업도시, 소통과 공감을 더하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도시, 일상의 활력과 온기를 더하는 포용도시, 삶에 여유를 더하는 매력 문화도시가 4대 혁신별 세부 목표도 정했다. 민선 8기 전반기가 혁신 성장의 방향을 정립하는 시기였다면 후반기 2년은 혁신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고 실천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4년 동안 30㎝ 자란 대나무가 5년째부터 하루에 1m씩 자라는 모습을 상상한다. 머지않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혁신도시로 도약하는 유성구의 모습을 그려본다. 대나무와 차이가 있다면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폭발적인 성장, 퀀텀 리프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단계를 '희망의 골짜기'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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