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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관습과 패러다임의 변화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4-07-05 09:01
우리는 다른 사람, 무리가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가족관계 속에 있으며, 성장하면서 이웃, 친구, 학교, 단체, 회사, 민족, 국가 등 사회관계속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라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떠 올릴 필요도 없다. 관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상호협력과 지원으로 정체성과 안정성을 찾아간다. 그런가 하면, 사회는 법과 제도라는 서로의 약속으로 유지된다. 여러 사유로 공동체에 포함돼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여 선도하기도 한다. 공평성은 선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자신과 사회를 오가며 심신이 성숙해지지만, 자신도 모르게 사회에 길들여진다. 관습이라 한다. 우리는 관습에서 벗어나면 사회악, 범죄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고가 고착되면 사실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 관습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있지만, 창의적 생활에는 방해가 된다.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이나 예술가는 관습에서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한다. 사고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정보산업의 아이콘이라 할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 ~ 2011)와 빌 게이츠(Bill Gates, 1955 ~ ),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1984 ~ )는 모두 대학 중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익히 아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애플, 넥스트, 픽사의 공동 창업주로 21세기 혁신을 이끌었다. 불과 20세에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와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북,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업계에 길이 남을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사용자 위주의 제품을 선보였다. 잡스는 특이하게도 기계뿐 아니라 고전 문학, 음악도 좋아했다. 예술적 감성과 영적인 탐구심이 강한 스타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게이츠는 당시 누구도 진정한 가치를 몰랐던 컴퓨터 운영체제의 중요성에 대한 안목이 있었다. 그것 하나로 거부가 되었다. 엠에스도스, 윈도우, 익스플로러,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우폰 등을 만들었다. 한때 돈 밖에 모르는 회사로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으나 부인의 조언으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자선사업가로 탈바꿈하였다.

페이스북(메타)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과 컴퓨터 공학이 연결되는 지점에 흥미를 가졌다. 세계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좀 더 공평하고 투명한 세상을 만들고자 정진 했다. 지나치게 검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패를 더 큰 성공으로 만회한 스티브 잡스에 대해 좀 더 집중해보자. 최진주 외 공저 <세계 슈퍼 리치>에 의하면,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 "항상 갈구하고, 항상 무모 하라.",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던 일을 하겠는가?",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봐라." 연설을 통해 잡스가 남긴 많은 명언은 사람들에게 진한 여운을 주며 회자되었다.

"훌륭한 아티스트는 베끼고 위대한 아티스트는 훔친다.",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의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라고도 했는데, 그의 경영철학은 "경영은 기존 질서와 철저히 다르게 /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직접 몸으로 뛰어라 / 항상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포기하지 마라 / 기술력을 과신하기보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라 / 간단하고 단순하게 하라"였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품을 만들겠다"에 집중, 자신의 창조물로 세상을 바꾸길 원했던 미친 사람이었다. '완벽을 향한 일종의 강박'에서 미래 지향적 신제품이 도출되었다.

패러다임의 변화만으로 모든 성과가 얻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탁월한 동반자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우리는 보다 쉬운 길, 안정성 희구 때문에 곧잘 관습에 사로잡힌다. 별난 행태는 그 크기만큼 성공이 어렵다. 어렵고 두렵다고 피해간다면, 변화는 없다. 한편, 약속은 준수해야 한다. 어기지 않기로 다짐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 때로는 굴레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다만, 공동선의 범주 안에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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