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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학교도서관을 통한 세상과의 만남, 대전여고 '북썸' 독서교육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4-09-24 17:09

신문게재 2024-09-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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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함꼐하는 플라워테라피 활동 중인 대전여고 학생들. 대전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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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고 학교도서관 '글마루'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 대전여고 제공
대전여자고등학교(교장 김미선·이하 대전여고)의 '글마루' 도서관은 주변 전경이 사방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쾌적한 분위기로 학생들이 가고 싶은 공간이 돼 도서관 방문과 참여가 높은 편이다. 학교 공간혁신사업을 통한 모퉁이 책방, 북카페를 조성해 도서관까지 방문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대전여고는 '학교 도서관을 통한 세상과의 만남'을 주제로 '소통'(Social communication), '끼'(Originality), '인성'(Morality),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딴 '북썸(BOOK S.O.M.E.) 독서교육'을 운영하며 세상을 알고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는 소통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장·단기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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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Social communication의 썸'=대전여고 독서교육 브랜드 '북썸'의 첫 글자 S는 소통을 뜻한다. 학교 도서관과 연계한 학생, 학교, 가정의 소통 프로그램으로, 책과 도서관을 매개로 한 다양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어간다.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마루 소식통'은 도서관의 다양한 행사, 책 정보 등을 전하고 책과 도서관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도서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활용한다. '함께하는 도서관 책 놀이(함께 키우는 독서나무)'는 대출한 책을 반납하며 읽은 책의 인상 깊은 구절을 메모지에 적고 독서 나무에 부착해 나무를 함께 키우는 것으로, 다른 친구들은 어떤 책을 읽었는지, 다른 책 속에 담긴 좋은 글귀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독서 활동을 함께 공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뭇잎 구절에 공감 열매(스티커)를 많이 받은 학생에게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고 선정된 글귀는 각 학급에 게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교내 독서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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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도서관 책 놀이 '함께 키우는 독서나무'를 꾸미고 있는 학생들. 대전여고 제공
'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책 읽기(사제동행 독서)'는 익명의 선생님이 읽고 남긴 감상평을 보고,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읽는 프로그램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해당 선생님과 만나 소소한 책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련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함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상담의 기회가 된다.

대전교육청 우리 가족 온 책읽기 사업과 연계한 '우리 가족 서점 방문 프로젝트'는 가족 구성원 1명과 학생이 함께 서점을 방문하고 서로에게 책을 권하며 함께 읽는 프로젝트로, 1학기 42팀이 참여했으며 2학기 30팀의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 원클릭으로 책을 구입하는 시대에 다소 번거롭지만 서점을 방문하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친근함을 갖게 되고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추억도 쌓는 기회가 돼 학생과 가족의 만족과 호응을 얻고 있다.



▲자신만의 적성을 찾고 재능을 발산하는 '끼의 썸(Originality)'=대전여고 학생들은 도서관을 통해 학생 스스로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만난다. '도서관에서 진로 찾기' 프로그램은 직업선호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 유형을 진단한 후 자신의 유형에 따른 진로 도서를 담당교사로부터 추천받아 읽고 독후 활동 진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자신의 적성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받고 관련 독서를 통해 진로에 대해 심도 있게 탐색하는 기회가 된다.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과 모여 같은 책을 읽는 소그룹 독서 토론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학생들의 기대가 크다.

1학기엔 본교 진로진학 상담부와 연계한 '공주대 문헌정보교육과' 진로체험을 통해 도서관 사서의 업무와 요구되는 자질, 진학 정보들을 공유함으로써 관련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했다. 2학기에는 독립서점 방문과 대전문학관 특강 체험 등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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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진로찾기 활동 모습. 대전여곶 제공
▲책으로 성장하는 '인성(Morality)의 썸=독서는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단순한 책 읽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전여고는 보다 실질적인 인성 교육을 위해 다양한 '인성(Morality)의 썸'을 진행하고 있다. 책으로 읽는 열두 달 계기 교육을 위해 매월 초 '책념일(책으로 보는 기념일)'을 제목으로 한 소식지를 발간하는데, 매달 주요 기념일과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함께 소개한다. 관련 책을 읽고 독서 영수증 형식의 감상문을 작성한 학생에게 도서관 기념품을 제공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2주마다 다양한 주제로 진행하는 북큐레이션은 도서관에 와서도 무엇을 읽을지 모르는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심과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 '공부하는 즐거움-학습 방법 코칭', '달달하고 설레는 사랑 이야기', '더위 쫓는 심리 스릴러', '책으로 영화 읽기' 등을 주제로 다양한 도서를 전시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책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인터넷만큼이나 재미있는 세계가 책 속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플라워테라피'는 '가족', '희망', '친구'에 관한 그림책을 읽고 각각의 주제와 연관 지어 '카네이션 플라워 박스 만들기', '네잎클로버 매듭짓기', '좋아하는 꽃말 책갈피 만들기' 등의 플라워 테라피를 연계해 운영했다. 이외에도 점심시간을 활용한 '시 필사하기', 걱정인형과 함께 위로와 공감의 책 구절을 전하는 '글마루 마음 처방전' 등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함께 토닥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책을 통한 새로운 세계 '경험의 썸(Experience)'=대전여고는 도서관 중심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유의미한 경험과 학습을 펼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점심 독서 책 한 모금'은 일주일에 3번 점심시간을 활용해 각자 정한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기록하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독서 습관 형성과 교내 책 읽는 문화 확산의 기회를 만든다.

'여름방학 방구석 독서 여행'은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방학 동안 미리 정한 책을 읽고 패들렛에 그날의 읽은 내용과 감상을 올리는 활동으로 학생들의 참여 열의가 높았다. 매일 각자 읽은 부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담당교사의 코멘트를 통해 방학 중임에도 비대면으로 활발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독서 동아리 비블리온을 중심으로 한 '글마루' 행사도 눈여겨볼 만한다. 책을 향한 열정을 담은 '북킹(BOOK-ing)'데이란 이름으로, '도서 연체자를 잡아라', '나만의 북마크 만들기', '월요일의 북브런치', 책 배달 서비스 '책이요' 등을 진행해 도서관이 조용히 앉아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의 공간으로 북적이며 책과 마음을 잇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여고 독서교육 담당교사는 "소통, 끼, 인성, 경험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도서관에서 운영한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했으나 이러한 활동들이 정확하게 영역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책을 통한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입시경쟁의 치열한 상황 속에서 애쓰는 대전여고 학생들이 도서관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하나둘 참여하면서 위로받고 충전하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소통과 힐링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학생들의 인성, 학업을 위한 지원센터로서 도서관 및 독서 교육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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