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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걷기]추모의 공간에서 힐링의 명소로 현충원의 재발견

12일 대전현충원에서 유성구-국립현충원 보훈둘레길 행사 열려
예상보다 많은 3000여 명의 참가자 대거 참여
둘레길 걸으며 국가 보훈의 의미 되새겨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4-10-13 10:26
  • 수정 2024-10-14 17:54

신문게재 2024-10-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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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가 12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걷기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이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소 참배객들만 찾았던 보훈공연장 광장에는 가벼운 가을 옷차림을 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속속 이어졌다. 유성구와 대전현충원이 주최하고 중도일보가 주관하는 '유성구-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이하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가 1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일상 속 모두의 보훈'을 캐치프레이즈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예상보다 두 배가 넘는 3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번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는 보훈공연장을 출발해 소방관묘역, 현충문, 독립유공자묘역, 장병 제6 묘역, 경찰묘역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총 4km 코스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출발시간 2시간 전부터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날씨도 반겨줬다.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등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보훈공연장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페이스 페이팅과 풍선아트,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식전행사로 오카리나 연주자 조은주의 미니 콘서트와 판소리 아티스타 이선명의 퓨전 국악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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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가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출발점인 보훈공연장을 출발해 본격 걷기 여정에 나서고 있다. 이성희 기자
오전 10시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친 3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축포에 맞춰 현충원 둘레길 여정에 나섰다. 걷기 행렬 선두에는 간호사관학교 기수대가 대열을 이끌었다. 출발지점에서 1.3km 지점인 현충문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대열을 맞춰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둘레길 주요 지점마다 현충원에 잠든 선열들을 소개하는 게시대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녀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행렬을 잠시 늦추며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유공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참가한 조 모씨(45)는 "예전 현충원은 추모공간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방문하기 어려웠는데 둘레길도 생기도 좋은 행사도 열려 감회가 새롭다"며 "아들에게도 현충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인지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출발한 지 1시간 무렵에 이르자 가을 햇볕이 제법 따갑게 느껴졌다. 참가자들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침에 입고 나왔던 겉옷을 벗거나 몸에 걸치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코스 구간별 감미로운 버스킹 공연이 잠시 더워진 열기를 식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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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함께 걷기가 12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간호사관학교 기수대를 따라 걷기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지난 1985년에 개장한 국립대전현충원은 6.25전사자를 비롯해 베트남전, 경찰·소방공무원 순직자 등 149,483위가 안장되어 있다. 대전 현충원은 매년 호국 보훈을 주제로 걷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17회차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걷기대회는 '일상 속 보훈'이라는 취지에 맞게 국가유공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소속인 전 모 씨(74)는 "항상 현충원에 올 때마다 먼저 떠난 동료들과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며 "젊은이들도 이곳을 많이 찾아 호국의 정신과 나라사랑에 대한 의미를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용래 유성구청장을 비롯해 김동수 유성구의회의장, 조승래 국회의원, 안미동 구의원, 최옥술 구의원, 한형신 구의원, 김미희 구의원, 송대윤 대전시의회 부의장이 참석해 발걸음을 함께 했다.

정 구청장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토대가 되었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질 수 있었다. 특히 독립유공자들을 비롯해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분들에 대한 뜻을 기리고 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충원은 추모의 공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힐링의 공간, 다짐의 공간으로 최적의 장소다. 오늘 함께 걸은 코스는 물론 현충원 10km 둘레길 모두 (시민들이)언제든 방문해 호국과 보훈의 정신을 정립하는 힐링 관광명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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